친구 누님(친구가 여자니까, 친구의 언니라고 해야겠지?)이 결혼을 했다. 바로 오늘.
신랑 될 사람의 고향이 충북 제천이라 그 곳에서 식이 있었는데 오고가기가 만만한 거리는 아니었지만 그분의 동생이 내 친한 친구인 점을 제외하고도 나름대로 개인적인 친분이 좀 있는 누님이시라 결혼하시는 모습이 보고싶었다.
뭐 그래서 다녀왔다. 기차타고 갔다가, 버스타고 귀환. 오랜만에 기차 버스여행 나쁘지 않았다.
결혼식이야 주변에서 심심하면 한번씩 벌어지는 이벤트라서 전혀 새로울 것이 없지만 이 결혼식은 좀 달랐던 것이, 첨부터 끝까지 그냥 하객으로 결혼식을 지켜봤다는 거다.
친지들 결혼식에선 젊은 남자 친척이 할 일이 항상 있기 마련이라. 봉투받고 이름도 적어 넣어야하고 식당에서 친척분들 모시고 자리잡고 음식도 날라야 하고 주차장에서 차 빼는 일도 해야 하느라 식을 제대로 본 적이 없었다.
친한 친구나 선배의 결혼식도 사정은 비슷해서 항상 도와줄 일이 있고 모실 어른이 있으며 거기서 아는 사람은 또 여기서 아는 사람이라 인사하느라 정신이 없다.
그런데 오늘은 그렇지가 않아서 아는 사람도 할 일도 없었기 때문에, 여유있게 신부측 하객석에 자리를 잡고 앉아 그 결혼‘식’을 천천히 지켜봤다. 묵묵히. 물론 박수는 열심히 쳤지만 말이다.
원래 무엇에 대해 입장을 분명히 정하는 걸 잘 못할뿐 아니라 하기 싫어하기까지 하는 나는, 결혼이라는 인륜지대사나 결혼식이라는 일생단발성 거대화 이벤트에 대해 그리 썩 호의적이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악의도 없었다.(짭짭한 떡고물을 주워먹은 적이 많았으므로 오히려 호의쪽에 가까웠을지도..)
중학교 3학년짜리가 군대 갈 일을 생각하듯 그렇게, 별 느낌없이 뭐 언젠가 먼 미래에는 나도 하겠거니..그러니까 깊이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는 표현이 더 맞겠다.
근데, 아마 주례사가 미치도록 길고 지루해서 그랬던것 같은데.. 그냥 차려놓은 밥이나 먹고 갈 일인데, 자꾸 남의 결혼식을 보면서 엉뚱한 생각이 들더라.
여자분들에게 결혼식이라는 행사가 얼마나 큰 의미이며 얼마나 중요한 날인지 두명의 누님을 시집보낸 나는, 나름대로 잘 알고 있다. ‘일생에 한번’이라는 말의 약발은 정말 어마어마해서, 일생에 한번있을 그 날 웨딩드레스를 위해 굶고 뛰어서 몸의 형태를 옷에다가 맞추고(!), 미용실에 몇시간씩 꼼짝않고 앉아 머리카락 한올한올마다 세팅을 하고 퍼머를 하고 온 얼굴에 피자토핑처럼 두꺼운 화장을 얹어내는 고생을 감수하는 것도 그럴만한 가치가 있다. 꽃처럼 아름다운 신부의 모습은 사진으로 사람들의 기억으로 오래오래 남으니까. 나도 신부화장을 한 우리 누님을 보고 “미인이시네요.. 근데 누구시죠?”라고 말했던 기억이 있다. (아쉽게도 그 모습 역시 ‘일생에 한번’...-_-)
그 뿐이랴. 일생에 한번을 위해 양쪽에서 쏟아붓는 돈은 또 얼마야. 기절할만한 액수의 돈이 어디로 썼는지도 모르게 샥샥 없어지는 건 꼭 하객들 먹은 음식상을 치우는 아주머니들이 절반도 제대로 안 먹은 음식들을 그대로 쓰레기통으로 쓸어넣는 모습을 보는 것 같다.
(사실 이렇게 없어진 돈은 축의금으로 다 보충될 뿐만 아니라 오히려 신랑신부 신혼여행비 정도는 남기 마련인데.. 이러니까 이 엉성한 잡종 결혼식 문화가 없어지지 않고 존속하는 것이겠지만...
자, 그렇게 요란스럽게 준비해서 결혼식 시작. 딴딴딴딴 딴딴딴딴 팡파레 울리고 피아노 치고 온 가족친지 동네사람들에 초등,중,고등,대학교 동창들까지 불러모아 놓고 사람들은 신부화장이 붕 떴네 드레스가 꽉 끼네 신부 팔뚝이 굵네 어쩍저쩍 떠들어대는 가운데 ‘결혼식 절차 교범’이라도 있는 듯 정확한 식순으로 양쪽 어머니들 나와서 화촉 밝히고 신랑입장 신부입장 주례사 등등이 차례차례 벌어지고 주례 선생님이 무진장 엄숙한 얼굴로 “니네 둘, 절대 딴데 안보고 서로만 보고 살거지?” 라고 묻는데.
보고있는 내가 다 숨이 턱, 막혔다.
물론 엄청나게 생각해보고 고민해보고 결정했겠지. 이 사람이면 내가 평생을 같이 할수 있겠다. 그래도 절대 후회하지 않겠다 싶어서 결혼하는 거겠지. 이 사람이 옆에 있으면, 평생 다른 곳에 한눈팔일 따위는 없다는 확신이 들었겠지.
하지만 신부화장은 결국 지워지기 마련이고 웨딩드레스는 뒤에서 누가 잡아주지 않으면 제대로 걸을수도 없다구. 이 어마어마한 자리에서 등 뒤에는 나를 알고있는 사람들이 죄다 모여서 눈을 찻잔만하게 부릅뜨고 이 현장을 목격하고 있는데.
결혼을 앞뒤 보지말고 확 해버려야 할 수 있다고들 한다. 이것저것 재고 따지기 시작하면 망설여저서 못하게 된다고. 상대방에게 눈이 확 돌아갔을때 해버려야 한다는 그런 말.
그렇담 그 다음은?
결정이란건 때론 신중할 필요도 때론 무모할 필요도 있다. 하지만 신중이 옳았는지 무모가 옳았는지는 그 순간이 지나가 봐야 알지 않을까?
나이 지긋하신 주례선생님이 “인제 니들은 부부.” 라고 말해버리고 나면 그 다음부터 평생동안, 백명이 넘는 사람들이 지켜본 가운데서 한 맹세를 평생 정말 책임질수 있을까. 일말의 후회없이.
저 사람들은, 언젠가 나는?
아 난 모르겠다.(결국은 또 무책임한 결론...-_-)
수습 : 중요한 자리에서 이딴 생각을 해서 누님께 정말 죄송하다. 물론 삐딱한 생각은 내 머릿속에서만 했던 것이지만 아신다면 기분 나쁘실 듯.. 다행히 누님께서 이 글을 보실 확률은 제로지만.(이거 오바인가)
신랑 될 사람의 고향이 충북 제천이라 그 곳에서 식이 있었는데 오고가기가 만만한 거리는 아니었지만 그분의 동생이 내 친한 친구인 점을 제외하고도 나름대로 개인적인 친분이 좀 있는 누님이시라 결혼하시는 모습이 보고싶었다.
뭐 그래서 다녀왔다. 기차타고 갔다가, 버스타고 귀환. 오랜만에 기차 버스여행 나쁘지 않았다.
결혼식이야 주변에서 심심하면 한번씩 벌어지는 이벤트라서 전혀 새로울 것이 없지만 이 결혼식은 좀 달랐던 것이, 첨부터 끝까지 그냥 하객으로 결혼식을 지켜봤다는 거다.
친지들 결혼식에선 젊은 남자 친척이 할 일이 항상 있기 마련이라. 봉투받고 이름도 적어 넣어야하고 식당에서 친척분들 모시고 자리잡고 음식도 날라야 하고 주차장에서 차 빼는 일도 해야 하느라 식을 제대로 본 적이 없었다.
친한 친구나 선배의 결혼식도 사정은 비슷해서 항상 도와줄 일이 있고 모실 어른이 있으며 거기서 아는 사람은 또 여기서 아는 사람이라 인사하느라 정신이 없다.
그런데 오늘은 그렇지가 않아서 아는 사람도 할 일도 없었기 때문에, 여유있게 신부측 하객석에 자리를 잡고 앉아 그 결혼‘식’을 천천히 지켜봤다. 묵묵히. 물론 박수는 열심히 쳤지만 말이다.
원래 무엇에 대해 입장을 분명히 정하는 걸 잘 못할뿐 아니라 하기 싫어하기까지 하는 나는, 결혼이라는 인륜지대사나 결혼식이라는 일생단발성 거대화 이벤트에 대해 그리 썩 호의적이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악의도 없었다.(짭짭한 떡고물을 주워먹은 적이 많았으므로 오히려 호의쪽에 가까웠을지도..)
중학교 3학년짜리가 군대 갈 일을 생각하듯 그렇게, 별 느낌없이 뭐 언젠가 먼 미래에는 나도 하겠거니..그러니까 깊이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는 표현이 더 맞겠다.
근데, 아마 주례사가 미치도록 길고 지루해서 그랬던것 같은데.. 그냥 차려놓은 밥이나 먹고 갈 일인데, 자꾸 남의 결혼식을 보면서 엉뚱한 생각이 들더라.
여자분들에게 결혼식이라는 행사가 얼마나 큰 의미이며 얼마나 중요한 날인지 두명의 누님을 시집보낸 나는, 나름대로 잘 알고 있다. ‘일생에 한번’이라는 말의 약발은 정말 어마어마해서, 일생에 한번있을 그 날 웨딩드레스를 위해 굶고 뛰어서 몸의 형태를 옷에다가 맞추고(!), 미용실에 몇시간씩 꼼짝않고 앉아 머리카락 한올한올마다 세팅을 하고 퍼머를 하고 온 얼굴에 피자토핑처럼 두꺼운 화장을 얹어내는 고생을 감수하는 것도 그럴만한 가치가 있다. 꽃처럼 아름다운 신부의 모습은 사진으로 사람들의 기억으로 오래오래 남으니까. 나도 신부화장을 한 우리 누님을 보고 “미인이시네요.. 근데 누구시죠?”라고 말했던 기억이 있다. (아쉽게도 그 모습 역시 ‘일생에 한번’...-_-)
그 뿐이랴. 일생에 한번을 위해 양쪽에서 쏟아붓는 돈은 또 얼마야. 기절할만한 액수의 돈이 어디로 썼는지도 모르게 샥샥 없어지는 건 꼭 하객들 먹은 음식상을 치우는 아주머니들이 절반도 제대로 안 먹은 음식들을 그대로 쓰레기통으로 쓸어넣는 모습을 보는 것 같다.
(사실 이렇게 없어진 돈은 축의금으로 다 보충될 뿐만 아니라 오히려 신랑신부 신혼여행비 정도는 남기 마련인데.. 이러니까 이 엉성한 잡종 결혼식 문화가 없어지지 않고 존속하는 것이겠지만...
자, 그렇게 요란스럽게 준비해서 결혼식 시작. 딴딴딴딴 딴딴딴딴 팡파레 울리고 피아노 치고 온 가족친지 동네사람들에 초등,중,고등,대학교 동창들까지 불러모아 놓고 사람들은 신부화장이 붕 떴네 드레스가 꽉 끼네 신부 팔뚝이 굵네 어쩍저쩍 떠들어대는 가운데 ‘결혼식 절차 교범’이라도 있는 듯 정확한 식순으로 양쪽 어머니들 나와서 화촉 밝히고 신랑입장 신부입장 주례사 등등이 차례차례 벌어지고 주례 선생님이 무진장 엄숙한 얼굴로 “니네 둘, 절대 딴데 안보고 서로만 보고 살거지?” 라고 묻는데.
보고있는 내가 다 숨이 턱, 막혔다.
물론 엄청나게 생각해보고 고민해보고 결정했겠지. 이 사람이면 내가 평생을 같이 할수 있겠다. 그래도 절대 후회하지 않겠다 싶어서 결혼하는 거겠지. 이 사람이 옆에 있으면, 평생 다른 곳에 한눈팔일 따위는 없다는 확신이 들었겠지.
하지만 신부화장은 결국 지워지기 마련이고 웨딩드레스는 뒤에서 누가 잡아주지 않으면 제대로 걸을수도 없다구. 이 어마어마한 자리에서 등 뒤에는 나를 알고있는 사람들이 죄다 모여서 눈을 찻잔만하게 부릅뜨고 이 현장을 목격하고 있는데.
결혼을 앞뒤 보지말고 확 해버려야 할 수 있다고들 한다. 이것저것 재고 따지기 시작하면 망설여저서 못하게 된다고. 상대방에게 눈이 확 돌아갔을때 해버려야 한다는 그런 말.
그렇담 그 다음은?
결정이란건 때론 신중할 필요도 때론 무모할 필요도 있다. 하지만 신중이 옳았는지 무모가 옳았는지는 그 순간이 지나가 봐야 알지 않을까?
나이 지긋하신 주례선생님이 “인제 니들은 부부.” 라고 말해버리고 나면 그 다음부터 평생동안, 백명이 넘는 사람들이 지켜본 가운데서 한 맹세를 평생 정말 책임질수 있을까. 일말의 후회없이.
저 사람들은, 언젠가 나는?
아 난 모르겠다.(결국은 또 무책임한 결론...-_-)
수습 : 중요한 자리에서 이딴 생각을 해서 누님께 정말 죄송하다. 물론 삐딱한 생각은 내 머릿속에서만 했던 것이지만 아신다면 기분 나쁘실 듯.. 다행히 누님께서 이 글을 보실 확률은 제로지만.(이거 오바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