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의없다's Blog
새벽 4시의 기적

하나.
몇일전에 어머니가 퇴원하셨다. 역시나 남한테 못된 짓 하면 고스란히 자기한테 돌아온다고 믿는 그 양반은 대충 병원비를 포함한 정말 몇푼 되지 않는 돈에 합의를 하셨다. 사고를 낸 아주머니가 과일 바구니를 들고 몇번씩 찾아온 것이 주효했고(우리 어머니의 성격을 잘 아는 누군가가 귀뜀이라도 해준 것 같다. 소름끼치도록 훌륭한 작전이었다.) 맨날 이산저산 날라다니시는 양반이 돈 몇푼 더 받아보겠다고 병원에 누워 계시다간 없던병도 생길것 같다며 스스로 못 견디신 것이 가장 큰 이유였다.
이 기회에 좀 챙기는 것은 절대 나쁜짓도 뭐도 아니고 누구나 그렇게 하며 만약에 엄마가 사고를 내면 상대방도 그럴 것이 분명하다는 내 설득은 전혀 먹혀들지 않았다.

"젊은 놈이 왜 그렇게 사냐 너?"

라시며 어머니는 한방에 내 입을 막아 버리셨다.


나는 퇴원하신 어머니를 위해 할줄 아는 것들을 총 동원한 저녁상을 차렸는데 어머니는 통닭을 한마리도 아니고 두마리나 사들고 들어오시며 날 다시한번 좌절시키셨다.

"사내자식이 왜 그렇게 사냐 너?"

...역시 할말이 없었다.-_-;;

그러나 나의 김치찌게와 조기구이, 먹다 남은 호박전을 이용한 계란말이는 '병원 밥보다 먹을만은 하다'라는 별로 만족스럽지 못한 칭찬을 이끌어 내는데는 성공했다. 과연 그게 칭찬이 맞기는 하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자동차 수리도 벌써 끝났고, 이로서 1월 14일날 있었던 교통사고는 완전히 정리되었다.
갑작스런 사고로 지인의 결혼식에 참가하지 못한 것은 내내 아쉬울 따름이다. 아쉬운 마음 전한다.



둘.
공부할 양이 엄청나다. 기왕 하기로 한거, 대충하고 싶지 않아서 나름 열심히 하는데 쉽지 않다. 하루 4시간, 8시간 수업을 하는데 그날 배운거 훑어보기도 솔직히 벅차다.
다행히 딴짓하고 싶은 마음은 별로 안든다. 하루일과가 그냥 공부와 운동. 끝이다.
한 쪽으로 머리가 굳어지는 것이 느껴진다. 전에도 더럽게 못 쓰는 글이었지만 더 심해졌다. 홀리데이 쓰는데 무려 세시간이 걸렸다. 써놓고 다시한번 봤더니 쪽팔려서 죽어버릴거 같다. 그래도 용감하게 올리는 걸 보니 아무래도 미쳤다. 어차피 보는 사람도 별로 없다는게 유일한 위안이다.
다른건 몰라도 글은 좀 써가면서 공부를 할지, 아니면 확 다 버리고 그냥 공부만 졸라 파야 할지 진지하게 고민 중이다. 근데 공부할때 제일 하고싶은게 글쓰는 거다. 솔직히 그렇다.
아마 내가 한 일중에 몇 안돼는, 남에게 조금이라도 칭찬받은 거라서 그런 거 같다. 나 이렇게나 유치하다.



셋.
버스타고 왔다갔다 하면서 요즘 젤 많이 듣는건 전날 강의 녹음한거-_-고, 다음은 산울림 노래들이다. g모씨의 추천으로 듣기 시작했는데정말 안좋은 노래가 없다. 더 바람직한건 앨범이 13개나 있다는 건데 아직 들은 것보다 안들은게 더 많다. 오호호호. 천천히 들어야지.
'무지개'나'아마 늦은 여름이었을거야''그댄 봄비를 좋아하나요'같은 노래들이 정말 마음에 든다.

김창완 아저씨 목소리를 듣고 있으면 뭐랄까, 고등학교때 전교에서 젤 싸움잘하는 녀석에게 얻어맞고 자리에 돌아와 부어 있는데 안경을 쓴 착한 모범생 친구녀석이 위로해주는 것 같은 느낌이다.
타고난 인상 덕분에 누구한테 맞아본적은 한번도 없지만. 그냥 그런 느낌이라고.

블루스가 들어보고 싶어서 CD를 사려고 결심한게 올해 초였는데 지갑이 가벼운 관계로다가(젠장)아직도 구입을 못했다. 제대로 아는 뮤지션이 없는 것도 선뜻 사지 못하게 되는 이유중에 하나다.
대충 다운받아서 들을 수 있는데 그러고 싶지는 않다. 왠지 시작은 CD로 듣고 싶다. 야매와 짝퉁으로 사는데 지쳤나 보다.



넷.
변태같은 이야기 하나 하자면 난 여자들이 청바지, 특히 골반바지 입을때 벨트를 좀 메었으면 하는 작은 소망이 있다.
오늘 학원에서 내 옆자리에 앉은 여학생이 펜을 줍느라 허리를 굽혔을 때 흘러내린 골반바지 속으로 보이는 팬티스타킹의 윗자락을 봐 버렸다.(안 볼수가 없는 각도였다. 보려고 본게 아니라)
윗옷도 짧은걸 입고 있어서 티셔츠와 바지 사이에 실로 엄청나게 많은 속살이 노출되었는데, 분홍색 팬티 위에 겹쳐져 있는 검정색 팬티스타킹은 좀 보기 싫었다.(아마 청바지 하나만 입으면 좀 차가워서 입었으리라) 살짝살짝 보이는 배는 아주 섹시하지만.
내가 팬티스타킹, 특히 검은색 팬티스타킹에 좀 안좋은 추억이 있어서 그런 것 같다고 맘대로 결론을 내렸다.

이쁜 벨트를 하나 매면 센스있어 보이고 불필요한 노출도 막을 수 있을텐데. 하는 생각이 잠깐 들었으나 결론은 뭐, 자기 입고싶은 데로 입는거지.
아닌게 아니라 내가 옷에 좀 결벽증이 있는데, 옷이 삐져나온다거나 내가 생각한 모습으로 안 되어 있다거나 소매가 짝짝이로 되어 있다거나 하는 걸 이상하게 못 참는다. 남들 눈치 못채게 계속 확인한다.
아무래도 내가 이상한게 확실하다.



다섯.
오늘 아침에 윗통을 벗고 앉아서 어머니와 아침을 먹었는데 어머니가 심각한 얼굴로 한마디 하셨다.

어머니 : 너 생일 언제냐.

없다 : 몰라서 물어보시는 거에요?

어머니 : 아니. 너 올해 생일선물 결정했다.

없다 : 정말요? 뭔데요?

어머니 : 부라자.

없다 : 에?

어머니 : 너 가슴이 너무 징그럽게 커졌어. B컵은 되겠다. 흘러내리지 않냐?

없다 : 저, 정말요? 징그러워요? 그 정도인가?

어머니 : 몸을 좀 이쁘게 만들 일이지 왜그렇게 징그럽게 크기만 키워.

없다 : 별로 안 큰데.. 그래도 나름 열심히 운동해서 만든 건데, 멋지지 않우?

어머니 : 넌 얼굴이 무식하게 생겨서 꼭 무슨 노다가꾼 같아.




............................................-_-




무식하게 생겨서 죄송합니다. 어머니. 쳇.
2006/01/27 01:16 2006/01/27 0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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