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양(아무 상관없는 이니셜이다. 이름도 성도 아닌)이 말했다. 그녀는 말을 짧게 끊어서 하는 버릇이 있다.
“난, 지금까지 내 맘에 들어서, 내가 정말 좋아해서 남자를 사귀어 본 적은 없어.”
어안이 벙벙해진 내가 물어본다.
“그럼 지금 너랑 사귀고 있는 나는 뭐냐.”
“오빠가 나한테 잘 해 주니까, 사귀는 거지.”
..이런 명쾌한 결론 앞에서 무슨 말을 하리. 손에 집히는 담배를 입에 물고 불을 붙였다.
담배에 붙은 불이 얼굴에 옮겨붙은 듯 했다.
‘사귄다’는 동사는 분명, ‘연애하고 있다.’는 말의 다른 표현으로서 사회적으로 통용되고 있다고 굳게 믿고 있었다. 그리고 내 기준에 연애 중이라는 것은, 굳이 서로 ‘사랑’까지는 아니더라도 서로 좋아하고 있단 뜻이다. 서로서로, A는 B를 B는 A를.
근데 그게 아니시라잖아. 지금
“그럼, 내가 아니라 그, 그 A같은 녀석이라도 너한테 잘해줬으면 사귀었을거야 너?”
((주)A는 여자 대하는 센스가 바닥이었던 그 녀석. 26년 외길인생. 크리넥스 14년 차)
C양은 역시 무덤덤한 얼굴로 아주 짧게, 내가 평생 잊을 수 없는 말을 발사했다.
“...응.”
헉.
말에 맞는게 이렇게 아픈 거구나.
그 사람이 어떤 성격이냐고 제 3자에게 질문을 하면, 뭐 그사람의 모든 것을 다 이야기할순 없어도 대충 한마디로 요약을 할 수 있기 마련이다.
응, 걔는 아주 친절하고 따뜻한 애야.
혹은
응, 걔 아주 재미있어. 얼마나 웃긴다고.
혹은
야, 걔 졸라 싸가지 없더라. 만나지 마.
뭐 이렇게.
그런데 누가 나한테(C양과 약 3개월정도 사귀었음) "야, C양은 어떤 애야?“라고 묻는다면,
“음... 우리 함께 알아볼까?” 내지는 “....걔네 부모님에게 문의해라. 그래도 장담을 못하지만.” 라는 대답밖에는, 할수 있을 것 같지가 않다.
이런 것 같다가도 저렇고, 저런 것 같아서 그 장단 타려면 벌써 전혀 다른 곳에 있는 사람.
C양은 바로 그런 여인이었다.
옆에 다가가기가 총알이 빗발치는 전쟁터를 가로질러 뛰어가기보다 더 어려운 사람이었지만 그녀의 늘씬한 몸매와 귀여운 마스크에 이미 눈깔에 콩깍지를 압축 포장해버린 거의없다에게 그건 블랙홀에 버금가는 흡인력이었고 매력이었다.
그리하야, 절대 무식함에서 비롯된 용감무쌍함과 70미리 철판을 얼굴에 용접한 뻔뻔함으로 그녀에게 다가가기에 이른 거의없다, 공부 말고는 뭐든지 필요 이상으로 열심히 달려드는 습성을 십분 활용하여 그녀의 시야에 부지런히 출근도장도 찍고, 나름 이벤트도 빵빵 발사하고 어린 나이에 돈지랄도 해서 그녀의 마음을 얻어, 그녀와 사귀기에 이른다.
그런데.. 어느날 단둘이 술을 먹던 그녀가 나에게 이런 폭탄같은 발언을 투하한거다.
나를 좋아해서 사귀는게 아니란다. 내가 잘,해,주,니,까 사귀는 거란다.
극적인 반전에 따른 일차 충격이 지나가고(그런게 지나갈 리가 없지만), 그런데 궁금하다.
그럼 니가 좋아해서 사귈만한 남자는 도대체 누구야? 뭐 이상형같은건 있을거 아냐.
“이상형.... 있어. ‘엽기적인 그녀.’에 나오는 차태현같은 남자.”
..........................난 엽기적인 그녀를 보지 않았는데.
“난 그런 남자가 좋아.”
그, 그래? 알았어 집에가서 학습하고 올께.
....영화를 보고 한번더 할말을 잃었다.
엽기적인 그녀에 나오는 차태현이, 그러니까 견우, 저런 놈이 좋아?
쟤가 하는 일이라고는 그냥 전지현이 시키면 무모하게도 달려들어 부서지고 깨지고 쳐맞고 알아서 벅벅 기다가 나중엔 친절하게도 더 잘난 놈에게 매뉴얼까지 되어주는 거. 그게 다잖냐. 뭐든지 참고 견디고 기다리고 혼자 울고.. 씨바 저건 여자를 사랑하는 남자가 아니잖아. 신에게 목숨바치는 순교자 아니냐? (C양은 책을 읽은적은 없다고 했다.)
그러나 이젠 오기가 생겨버린 거의없다, 기필코 그녀의 마음을 얻어보고야 말겠다는 다짐을 하고 말았다. 저렇게 하면 된단 말이지?
그러나 그렇게도 의지에 불타오르며 달려들던 나도 결국 그 후 한달을 못넘기고 그녀와 헤어지자는 말을 먼저 하고 말았다.
결정타를 맞았기 때문이다.
그 전에 몇몇 시시콜콜한 일로 잽을 맞은 적은 있지만 선수가 링에 눕는 까닭은 역시 카운터 펀치.
어느날이었다. 늦은 저녁.
“오빤 내가 그렇게 좋아?”
...이런 난처한 질문에 나는 아주 길게 대답을 했다.
그래, 뭐 니가 날 크게 좋아하고 있는 것 같지는 않다만 어쨌든 우린 지금 사귀는 사이고 연인이라고도 볼 수 있으니까.. 이게 좋으니까 깰 생각은 없고 뭐 이러다보면 니가 날 좋아하는 일도 벌어질수도 있지 않겠냐. 식의.
조금 생각하는 듯 하더니 그녀, 다음과 같은 말을 했다. 정확히 기억한다. 절대 잊어먹을 수 없지.
“이러다가 내가 정말 좋아하는 사람 생기면 어쩌려구.”
......................무슨 말을 하리. 나는 내 킹을 내던졌다.
“헤어지자.”
사람에게 사랑받는다는 거 정말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어려운 일과 불가능한 일은 분명히 다르다. 성냥개비를 비누에 대고 아무리 그어봐야 비누방울은 나올 지언정(그것도 기적이다.) 불꽃은 일어나지 않는 법.
내가 진짜로 그녀를 많이 사랑했던게 아니어선지, 비겁해서인지 그녀가 나를 사랑할 가능성이 전혀 없어보이는데 더 이상 허공에 삽질하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헤어졌다. 그녀는 예상했던 대로 아주 담담하게 헤어짐을 받아들였다. 사실 어떻게 되든 별로 상관이 없어 보였다는 것이 정확한 표현이리라. 아닌게 아니라 그런 그녀가 조금은 무서웠다.
그러나 나도 몇가지 건진 것은 있었다. 군대 다녀온 남자들이 뽀얀 피부와 자유로운 사고방식을 박탈당하긴 하지만 튼튼한 몸과 5배속 삽질실력을 얻은 것처럼, 절대적인 손해는 없는 법이니까. (건강까지 빼앗긴 사례도 물론 많다. 그러나 그냥 그렇다는 이야기다. 사실 군대에서 얻을 게 다른건 진짜 없잖냐.)
누군가의 마음을 받는 기분이 얼마나 고마운 것인지, 주는 마음을 제대로 받아주기만 해도 얼마나 고마운지 그녀는 역설적이게도 나에게 가르쳐 줬으니까.
그리고 그녀 이후로 만난 여자분들께서 대부분 칭찬해 주셨던 나의 ‘친절함’도, 어느 정도는 그녀가 만들어 준 것임을 부정할 수는 없다. 그녀에게 한 만큼만 하면 어느 여자분이라도 감동받더라.
그녀는 지금 어떻게 살고 있을까. 가끔 생각한다.
진짜 사랑할만한 사람을 만나, 사랑하고 있을까? 아니면 또다른 누군가의 열성적인 서포트를 받으며 살고 ‘계실까.’
나랑은 이제 타인이 되었고 앞으로도 아마 그렇게 되겠지만 개인적으론 그녀가 꼭 진짜 사랑을 해보기를 바란다. 마음을 먼저 건내보기도 하고, 사랑 때문에 아파해 보기도 하고. 그랬으면 좋겠다.
그래서 진짜 행복을 알았으면 좋겠다.
뭐 끝끝내 싫으면 무한체력의 성실한 돌쇠라도 꼭 만나시기 바란다.
“난, 지금까지 내 맘에 들어서, 내가 정말 좋아해서 남자를 사귀어 본 적은 없어.”
어안이 벙벙해진 내가 물어본다.
“그럼 지금 너랑 사귀고 있는 나는 뭐냐.”
“오빠가 나한테 잘 해 주니까, 사귀는 거지.”
..이런 명쾌한 결론 앞에서 무슨 말을 하리. 손에 집히는 담배를 입에 물고 불을 붙였다.
담배에 붙은 불이 얼굴에 옮겨붙은 듯 했다.
‘사귄다’는 동사는 분명, ‘연애하고 있다.’는 말의 다른 표현으로서 사회적으로 통용되고 있다고 굳게 믿고 있었다. 그리고 내 기준에 연애 중이라는 것은, 굳이 서로 ‘사랑’까지는 아니더라도 서로 좋아하고 있단 뜻이다. 서로서로, A는 B를 B는 A를.
근데 그게 아니시라잖아. 지금
“그럼, 내가 아니라 그, 그 A같은 녀석이라도 너한테 잘해줬으면 사귀었을거야 너?”
((주)A는 여자 대하는 센스가 바닥이었던 그 녀석. 26년 외길인생. 크리넥스 14년 차)
C양은 역시 무덤덤한 얼굴로 아주 짧게, 내가 평생 잊을 수 없는 말을 발사했다.
“...응.”
헉.
말에 맞는게 이렇게 아픈 거구나.
그 사람이 어떤 성격이냐고 제 3자에게 질문을 하면, 뭐 그사람의 모든 것을 다 이야기할순 없어도 대충 한마디로 요약을 할 수 있기 마련이다.
응, 걔는 아주 친절하고 따뜻한 애야.
혹은
응, 걔 아주 재미있어. 얼마나 웃긴다고.
혹은
야, 걔 졸라 싸가지 없더라. 만나지 마.
뭐 이렇게.
그런데 누가 나한테(C양과 약 3개월정도 사귀었음) "야, C양은 어떤 애야?“라고 묻는다면,
“음... 우리 함께 알아볼까?” 내지는 “....걔네 부모님에게 문의해라. 그래도 장담을 못하지만.” 라는 대답밖에는, 할수 있을 것 같지가 않다.
이런 것 같다가도 저렇고, 저런 것 같아서 그 장단 타려면 벌써 전혀 다른 곳에 있는 사람.
C양은 바로 그런 여인이었다.
옆에 다가가기가 총알이 빗발치는 전쟁터를 가로질러 뛰어가기보다 더 어려운 사람이었지만 그녀의 늘씬한 몸매와 귀여운 마스크에 이미 눈깔에 콩깍지를 압축 포장해버린 거의없다에게 그건 블랙홀에 버금가는 흡인력이었고 매력이었다.
그리하야, 절대 무식함에서 비롯된 용감무쌍함과 70미리 철판을 얼굴에 용접한 뻔뻔함으로 그녀에게 다가가기에 이른 거의없다, 공부 말고는 뭐든지 필요 이상으로 열심히 달려드는 습성을 십분 활용하여 그녀의 시야에 부지런히 출근도장도 찍고, 나름 이벤트도 빵빵 발사하고 어린 나이에 돈지랄도 해서 그녀의 마음을 얻어, 그녀와 사귀기에 이른다.
그런데.. 어느날 단둘이 술을 먹던 그녀가 나에게 이런 폭탄같은 발언을 투하한거다.
나를 좋아해서 사귀는게 아니란다. 내가 잘,해,주,니,까 사귀는 거란다.
극적인 반전에 따른 일차 충격이 지나가고(그런게 지나갈 리가 없지만), 그런데 궁금하다.
그럼 니가 좋아해서 사귈만한 남자는 도대체 누구야? 뭐 이상형같은건 있을거 아냐.
“이상형.... 있어. ‘엽기적인 그녀.’에 나오는 차태현같은 남자.”
..........................난 엽기적인 그녀를 보지 않았는데.
“난 그런 남자가 좋아.”
그, 그래? 알았어 집에가서 학습하고 올께.
....영화를 보고 한번더 할말을 잃었다.
엽기적인 그녀에 나오는 차태현이, 그러니까 견우, 저런 놈이 좋아?
쟤가 하는 일이라고는 그냥 전지현이 시키면 무모하게도 달려들어 부서지고 깨지고 쳐맞고 알아서 벅벅 기다가 나중엔 친절하게도 더 잘난 놈에게 매뉴얼까지 되어주는 거. 그게 다잖냐. 뭐든지 참고 견디고 기다리고 혼자 울고.. 씨바 저건 여자를 사랑하는 남자가 아니잖아. 신에게 목숨바치는 순교자 아니냐? (C양은 책을 읽은적은 없다고 했다.)
그러나 이젠 오기가 생겨버린 거의없다, 기필코 그녀의 마음을 얻어보고야 말겠다는 다짐을 하고 말았다. 저렇게 하면 된단 말이지?
그러나 그렇게도 의지에 불타오르며 달려들던 나도 결국 그 후 한달을 못넘기고 그녀와 헤어지자는 말을 먼저 하고 말았다.
결정타를 맞았기 때문이다.
그 전에 몇몇 시시콜콜한 일로 잽을 맞은 적은 있지만 선수가 링에 눕는 까닭은 역시 카운터 펀치.
어느날이었다. 늦은 저녁.
“오빤 내가 그렇게 좋아?”
...이런 난처한 질문에 나는 아주 길게 대답을 했다.
그래, 뭐 니가 날 크게 좋아하고 있는 것 같지는 않다만 어쨌든 우린 지금 사귀는 사이고 연인이라고도 볼 수 있으니까.. 이게 좋으니까 깰 생각은 없고 뭐 이러다보면 니가 날 좋아하는 일도 벌어질수도 있지 않겠냐. 식의.
조금 생각하는 듯 하더니 그녀, 다음과 같은 말을 했다. 정확히 기억한다. 절대 잊어먹을 수 없지.
“이러다가 내가 정말 좋아하는 사람 생기면 어쩌려구.”
......................무슨 말을 하리. 나는 내 킹을 내던졌다.
“헤어지자.”
사람에게 사랑받는다는 거 정말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어려운 일과 불가능한 일은 분명히 다르다. 성냥개비를 비누에 대고 아무리 그어봐야 비누방울은 나올 지언정(그것도 기적이다.) 불꽃은 일어나지 않는 법.
내가 진짜로 그녀를 많이 사랑했던게 아니어선지, 비겁해서인지 그녀가 나를 사랑할 가능성이 전혀 없어보이는데 더 이상 허공에 삽질하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헤어졌다. 그녀는 예상했던 대로 아주 담담하게 헤어짐을 받아들였다. 사실 어떻게 되든 별로 상관이 없어 보였다는 것이 정확한 표현이리라. 아닌게 아니라 그런 그녀가 조금은 무서웠다.
그러나 나도 몇가지 건진 것은 있었다. 군대 다녀온 남자들이 뽀얀 피부와 자유로운 사고방식을 박탈당하긴 하지만 튼튼한 몸과 5배속 삽질실력을 얻은 것처럼, 절대적인 손해는 없는 법이니까. (건강까지 빼앗긴 사례도 물론 많다. 그러나 그냥 그렇다는 이야기다. 사실 군대에서 얻을 게 다른건 진짜 없잖냐.)
누군가의 마음을 받는 기분이 얼마나 고마운 것인지, 주는 마음을 제대로 받아주기만 해도 얼마나 고마운지 그녀는 역설적이게도 나에게 가르쳐 줬으니까.
그리고 그녀 이후로 만난 여자분들께서 대부분 칭찬해 주셨던 나의 ‘친절함’도, 어느 정도는 그녀가 만들어 준 것임을 부정할 수는 없다. 그녀에게 한 만큼만 하면 어느 여자분이라도 감동받더라.
그녀는 지금 어떻게 살고 있을까. 가끔 생각한다.
진짜 사랑할만한 사람을 만나, 사랑하고 있을까? 아니면 또다른 누군가의 열성적인 서포트를 받으며 살고 ‘계실까.’
나랑은 이제 타인이 되었고 앞으로도 아마 그렇게 되겠지만 개인적으론 그녀가 꼭 진짜 사랑을 해보기를 바란다. 마음을 먼저 건내보기도 하고, 사랑 때문에 아파해 보기도 하고. 그랬으면 좋겠다.
그래서 진짜 행복을 알았으면 좋겠다.
뭐 끝끝내 싫으면 무한체력의 성실한 돌쇠라도 꼭 만나시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