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의없다's Blog
새벽 4시의 기적

노현정 잡담.

삐딱하게 매체 보기 2006/08/16 02:40 by 거의없다

누구 말마따나 얼굴도 그리 크게 이쁘지 않고(하지만 난, 그정도면 황공에 황송에 칭찬받아 마땅한 얼굴이라고 생각한다) 몸매가 죽이는 것도 아니요(하지만 난, 그 정도면 지극히 바람직하고 적절한 몸매라고 생각한다) 그닥 매력이 철철 넘치는 편도 아닌 노현정이 그렇게도 온나라 남성들의 시선과 관심을 받으며 승승장구 한 이유는
매체에서 그녀의 이미지를 조작한 면도 없지 않지만(조작하고, 이용해 먹고. 윈윈)

tv를 틀면 비치는 여자 연예인들의 행동방식에서 정확히 역방향으로 나아가는 그녀만의 분위기였다.
어떻게든 관심을 끌어보려고 체육대회부터 짝짓기 프로그램, 사생활 까발리기 경진대회까지 가리지 않고 종횡무진하며 어떻게든 카메라 앵글에 피사체 한번 들이밀고자 온몸을 아슬아슬하게 털고 비틀어대는 여자 연예인들과는 전혀 다른 노현정, 예쁘게 웃으려고 노력하지 않는 노현정, 잘나가는 남자 연예인들의 관심을 가볍게 무시하는 노현정은 남성들에게 사뭇 다른 이미지였던 거다.
이건 아나운서라는 그녀의 직업상 특성을 고려해도 마찬가지다.
강수정과 노현정은 비숫한 케이스이긴 하되 전혀 틀리잖아.

게다가 노현정은 똑똑하고, 자기 일에 철저하며, 능력도 있다. 가슴이나 허리놀림, 누드집이 아니라 정정당당하게 능력으로 승부해서 성공한(또는 그런 것처럼 보이는)케이스였단 말이지.
너무너무 자기 스타일이라, 맘에 들어서 좀 좋아해 보려고 하면 연기자가 연기 못해, 가수가 노래 개판, 뭐 하나 제대로 하는 게 없는 엔터테이너라 도대체 도저히 좋아해 줄 건덕지를 찾을 수가 없는 애들하고 노현정은 그래서 달랐던 거다. 흠모하기에 쪽팔리지 않는 여성상이었단 말이다.
약간 모자라는 외모(다시한번 말하지만 난, 절대로 모자란다고 생각치 않지만.)는 물론 그걸로 커버가 되고도 남았던 것이고... 아니다, 오히려 플러스다. 너무 이쁘신 여인에겐 경외심이 먼저 생겨버리지 않던가?


그녀는 왠지 다를 것 같고, 뭘 하나 해도 똑 부러질 것 같고, 그 즈음에서 받을법한 천박스런 유혹들을 두번 쳐다보지도 않고 싹 씹어버릴 것 같은. 그녀는 왠지 다를 것 같은 느낌.
화려함을 거절할 줄 안다 = 속에 알맹이를 볼 줄 하는 능력이 있다 = 결국 내세울 거라곤 알맹이밖에 없는 일반 남자라도 사랑할 수 있을 것 같다 = 그러니까 나도? 식의 착각은 어리석고 유치하긴 하지만 언제나 생기는 것.
여자 연예인들이 하나같이 입을 모아 "전 외모는 안봐요."라고 말하는 건 가식적이긴 하지만 그게 분명 팬을 늘리는 데 도움이 되는 까닭이겠지. ('제 남자친구는 무조건 180 넘어야 해요, 라고 말해서 대한민국 평균키의 남자들을 죄다 안티로 만들어버린 옥주현양은 정말 대단하지 않은가. 요가는 지능을 퇴화시키는 부작용이 있는 모양이다)

요런저런 요소들이 모여서 노현정은 대한민국 최고의 바람직한 여성상이 된 것이고, 수많은 학생들은 그녀를 바라보며 아나운서를 꿈꾸고, 수많은 부모들(..보단 삼촌들이)은 "나중에 커서 저렇게 되라."라고 말했을 것이고.
어쩌면 대한민국의 시청자들 모두가 그녀를 흠모하며, 연애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근데 그렇던(그렇게 보이던) 노현정이 순식간에 싹 돌아선거다. 이거야말로 제국의 역습보다 더 뒤통수를 후려갈기는 한 수.  안 때리던 고참이 때리면 더 아픈 법. 수많은 노현정 추종자들의 안구가 유승민이 힘껏 스매싱한 탁구공마냥 돌출하는 것은 당연지사다.
바로 다음날 수많은 호위무사들의 호위를 받는 '재벌가의 며느리 님'이 되어버린 노현정에게 배신감을 느끼는 것 또한 당연지사. 배신감은 분노가 되고,"결국 이걸 노렸던거냐?" 혹은 "너도 별수 없구나"등등의 이갈림이 나오는 것도 충분히 그럴 수 있다. 미움의 강도는 그 전의 느꼈던 애정에 정비례하는 법.
(노현정에게 호감 이상의 감정이 없었던 것이 다행이다. 만약 그렇다면 나도 그녀를 얼마나 미워했을까)


일단,
그녀를 악의적으로 "공격"하는 찌질이들은 논할 가치 없으니 좀 재껴두자. 사생활 침해, 악의적 루머 양산 등등이야 걔들이 가진 유일한 무기 아니던가. 곧 있으면 사라질테니 신경 꺼도 된다.

하지만, 과연 그녀의 '선택'을 어떻게 보아야 할지에 대해선 난 좀 헷갈린다.
물론 개개인이 인생의 방향을 선택하는 것은 철저히 그 자신의 의견에 따라야 하고, 누구의 눈치나 영향도 받아선 안 된다. 절대진리다. 막말로 지 팔자 지가 고치겠다는 데 누가 뭐라고 할 수 있으랴.
하지만 그렇다고 남의 일이니 무조건 닥치세요, 하는것도 웃기는 건 마찬가지다. 결혼발표 반나절이 지나자 전국민이 다 알게 되었는데, 남의 일이니 신경 끄고 있을래야 그럴수가 없지 않은가. 수많은 사람들이 보고, 생각하고 느낄 것인데 그냥 남의 일이니까 닥치라니.


게다가 아무리 좋게 보려고 해도 그녀의 선택이 썩 옳아 보이지는 않는단 말이다.

공인된 미모와 교양, 지성. 그야말로 한국 최고의 여성 계급(..)인 아나운서 중에서도 최고의 관심과 사랑을 받고 현명한 여성의 표본처럼 보이던 그녀가, 능력있고 똑똑한 그녀가 이룬 것이 겨우 재벌가에 일원이 되는 것이었단 말인가. 이걸 아무렇지도 않게 받아들이는 것이야말로 심각한 것 아닐까
스스로의 능력으로 성공한 멋진 여성, 그 중에서도 최첨단을 달리던 여성이 결국 더 큰 자본, 더 큰 권력 안으로 얼씨구나 자기발로 걸어들어가버렸는데 그냥 입닥치고 박수만 칠 수는 없다. 짜증 나는 건 나는거다.
그저 입닥치고 "좋겠다 부러운년..."이라고만 한다면 이 짜증나는 남성 권력구조 백년이 지나도 안 깨질 거다. 결국 여성의 행복은 남자의 집안에 달렸다고 인정하는 꼴 아닌가.

....정말 사랑해서 그랬을 수도 있지 않냐고? 그랬으면 좋겠지만 존나 회의적이다.
정주영이가 여배우들 따처먹은 이야기 유명하지 않나. 그나물에 그밥인데 걔들 하는 짓이 뭐 크게 달라졌겠나?
처음부터 현다이에서 작정하고 작업 들어가지 않았다면 둘의 만남은 애시당초 가능한 일이 아니었을거다.

졸린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뒤처지지 않으려고 졸라 취업 준비중이라 이제 자야하는 내가 지껄인다고 뭐가 달라지겠냐 싶지만.
그냥 한번쯤은 국경도 인권도 개무시하는 자본이 사랑을 이기지 못한다고,
행복은 돈으로 살 수 없다는 그런 이야기, 당연히 진리인줄만 알았던 그런 이야기가 한번쯤 듣고싶다.
변변하지 못한 나도 희망좀 갖고 살게.

2006/08/16 02:40 2006/08/16 0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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