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변에 모종의 변화를 겪음으로서 요즘 아주 쪼오오오오오금 여유로워진 참에.
오늘은 또 못보고 미뤄뒀던 [수퍼맨 리턴즈]를 감상했습니다.(아직 많이 걸려 있더라구요.)
많은 분들이 여기저기서 많은 말씀들을 해주신 까닭에 거의 다 알고보는 심정이었지만, 역시나 오프닝에서 들려오는 존 윌리암스의 메인테마와 행성과 함께 날아드는 "브라이언 싱어 필름" 문구에 가슴이 벌렁거리고 기대치가 솟구친 건 인지상정.
결국 위기때마다 그를 위기에서 구하는건 가장 원초적이고 동물적인 그의 능력(냄새로 변신한 미스틱을 알아차린다거나, 엄청난 맷집과 치유능력)입니다. 기술이고 뭐고 개뿔 모르고, 몸뚱이와 본능만 믿고 일단 달려들어서 어떻게든 붙고 보는 전형적인 스트리트 파이터죠.
내면은 더 불안.
자기의 과거도 진짜 정체도 모릅니다. 노바리님이 말씀하신대로(고런 깊은 뜻이 있었다는 것을 알려주신 노바리님에게 캄사!!)어린 로그에게 느끼는 감정을 숨기려고 진에게 줄창 들이대면서 사랑한다고 개뻥을 칩니다. (가장 이해 안가는 부분은, 바로옆에 더 쭉빵한 스톰이 있거늘.. 너 이놈)
팀플레이에도 관심없고 합동 작전에서도 지 꼴리는 대로 중간에 도망가버리기가 일쑤입니다.
좋게말하면 순수. 나쁘게 말하자면 무책임에 무식에 앞뒤없고 까칠하기까지 하죠. 사회성을 싹 제거해 버린 인간(..이라기보단 동물)을 보는 듯한 기분이랄까요.
그래도 울버린은 매력적입니다.
원래 애가 너무 완벽하면 재수없잖아요. 좀 찌질한 면도 있고, 칠칠맞고 그래야 정이 가죠.
게다가 울버린은 엑스맨 시리즈를 통해 성장하며, 작으나마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역할을 맡고 소화하는 모습까지 보여줍니다. (다시한번 말씀드리지만, 유유히 후까를 잡으려 담뱃불을 붙이고, 휙 날아가서 로봇의 모가지를 댕겅 잘라오며 "우린 엑스맨이야!"를 외치는 3편의 울버린은 잠시 잊으십시다.)
[슬램덩크]의 깡패 강백호가 바스켓 맨으로 성장하는 것처럼요.
그에 반해서
돌아온 수퍼맨은 말 그대로 우주최강, 절대무적의 존재입니다.
안광이 철을 지배하는 사이클롭스(개그..;;)가 안경까지 훌러덩 벗고 수퍼맨 리턴즈에 출연, 어떻게든 그의 단점을 찾아내려고(로이스에게 '수퍼맨과의 하루밤은 어땠어요?'라고 날카로운 질문을 날림으로서 수퍼맨의 정력까지 체크합니다. 집요한 넘...) 눈을 번뜩이지만 끝내 수퍼맨의 약점을 찾아내지 못합니다.
너무 뛰어난 개인이 느끼는 이질감, 고향 별에 대한 막연한 향수도 이번 시리즈에선 완벽하게 해결됐습니다. 전 어렸을때부터 수퍼맨이 "지구엔 놀만한 애가 없어!"라고 외치며 고향 별로 돌아가버리면 어떡하지? 그럼 핵무기는 누가 갖다버려? 라는 걱정을 종종 했습니다만, 인제 걔도 별달리 갈 곳이 없습니다. 지구 말고는요.
수퍼맨과 클라크에게 남은 유일한 문제는,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로이스가 딴 넘씨랑 살림을 차리고 애까정 낳아버렸다는 것인데... 지나치게 완벽한 수퍼맨의 외모(물론 클라크의 외모이기도 하지요)는 이마저도 별로 공감이 가지 않게 만들어 버립니다. 지난 시리즈에서의 수퍼맨과 로이스의 절절한 러부질을 잘 모르는 사람(이나 저처럼 다 까먹어서 잘 기억을 못하는 사람)에게라면, 더 그렇지요
씨바, 190이 넘는 장신에 8등신 조각미남이 여자때문에 고민한다는 게 당체 와닿기나 한단 말입니까?(흥분-_-+)
그래서 [수퍼맨 리턴즈]는 별로 재미가 없습니다. 너무 잘난 놈을 더 잘나게 보여주니 아무런 걱정이 안 생겨요.
총알을 눈알로 튕겨버리는 극강의 바디, 굳건한 신념과 절대선의 자세(자기에게 총질을 해대는 악당에게도 주먹질 한번 하지 않죠)를 가진 FM 히어로 수퍼맨에겐 인간적인 매력을 느낄만한 구석이 거의 없습니다.
브랜든 루스의 잘생긴 얼굴을 보며 만족한다면 또 모를까요. (근데 이 친구, 닮기도 기가 막히게 닮았고, 리브 옹보다 훨 더 훤칠하고 잘생겼지만 클라크의 얼빵함을 그려내는 데는 한참 모자랍니다.)
"이럴거면 뭐하러 돌아온거야? 남의 집 밖에서 스토킹 할라고?..."하면서 솔솔 잠에 빠져들고 있었는데
갑자기 누군가가 집어던진 피아노와 함께 눈이 번쩍 뜨였습니다. 수퍼맨의 아들네미!!
우주 최강의 빽을 두고 있는 이 녀석은 수퍼맨과 로이스의 합작품이고, 크립톤 행성인과 지구인의 혼혈입니다. 지 아버지와는 다른 존재.불안한 출생성분을 가진 변종입니다.
얼결에 어머니를 구하긴 했지만 지 능력에 대해 어떤 자각도 없죠.
살살 달래서 다시한번 힘을 쓰게 만들어보려는 루이스에게 "엄마 나 그딴거 못해."라면서 질질 짭니다.
갓난아기 시절에 픽업트럭을 들어올리던 수퍼맨과는 완전 다르죠.
이 녀석, 아주 재미있게 성장할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어머니와 함께 시끌벅적한 도시에서 자랄 것이고, 어쨌거나 남들과는 다른 자신의 존재를 자각하고 받아들이는 과정에서 비뚤어져 버릴 수도 있을 겁니다. 친구들과 장난을 치다가 실수로 친구를 죽일수도 있을 것이고(이건 좀 심했군요-_-;;) 너무 완벽했던 아버지의 그늘에서 방황하게 될지도 모릅니다.
어쩌면 어머니를 많이 닮아(그 전의 로이스) 성격이 까칠하다거나 줄담배를 피우는 골초가 될 수도 있겠군요.
영화 한편을 거의 원작에 대한 오마주로 바치며 말론 브란도 아저씨까지 불러다 정통성을 획득한 브라이언 싱어가,
정말 하고싶은 이야기는 이 녀석에 대한 이야기가 될 것 같다...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쩌면 이번 시리즌 기존 시리즈들을 충실하게 답습하며 오랜 수퍼맨 팬들에게 그 누구도 부정할수 없는 진짜 수퍼맨이 돌아왔다는 것을 알리고, 그 바통을 불완전한 그의 2세에게 넘기기위한 한편의 거대한 '이유'가 아니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