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의없다's Blog
새벽 4시의 기적

개인적으로 로드리게즈는 가장 선호하는 감독 중 한명이다.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맥시코"를 극장에서 보다가 여자친구랑 헤어질 뻔한 경험이 있긴 하지만,(정말 평범한 대한민국의 여자라면 그 영화, 끝까지 보기 쉽지 않다. 인정한다. 내가 잘못한 거다) "황혼에서 새벽까지"나 "데스페라도" 같은 작품들에서 보여지는 그의 스타일은, 브레이브 하트의 활달한 미치광이 멜 깁슨이 장검을 휘두르며 적들의 사지를 댕강댕강 자르는 것 같은 거침없는 매력을 발산한다.
바로 그런 점이 한국인의 정서와 너무 멀어서, 국내에서 그의 작품은 번번히 스코어 한번 올리지 못하고 찌그러지곤 하지만.
로드리게즈가 신작을 찍었다. "신 시티"다.

원작이 만화다. 원작자가 "배트맨"과 "데어데블"의 원작자, 그 유명한 프랭크 밀러다.
쉽게 영화화를 허락하지 않아서 꽤나 고생했다는데, 하기사 영화화된 "데어데블" 이나, "베트맨&로빈"을 바라보는 원작자의 마음은 어땠으랴, 쉽게 허락 안할만 하다.
밀러랑 공동연출을 하기 위해 감독연합에서도 탈퇴하고, 만화의 장면 그대로를 살리기 위해 모든 배경은 만화같은 느낌을 최대한 살려서 컴퓨터 그래픽으로만 아예 "그려" 버렸다니, 로드리게즈는 원작이 정말 미치도록 좋았나보다.


나도 원작을 읽어보고 싶다. 물론 번역판으로..




흑백 영상에, 하얗고 검은 색으로 표현되는 피 색깔에, 암울한 신 시티의 모습과 개성넘치는 주인공들의 모습이 정말 만화같다. 밀러가 이 영화를 보면서 적어도 원작을 훼손당하는 느낌을 갖지는 않을 것 같다.

출연진들이 정말 대단하다. 네이벨류는 조금 떨어지지만, 거의 오션스 트웰브와 맞짱 붙어도 지지 않을 것 같은 출연진이다.
부르스 월리스를 케스팅하려고 직접 그의 집에 찾아가 5분짜리 DVD를 보여주면서 설득했단다. 밀러를 설득할때도 그렇고, 다들 안될거라도 하는 원작을 가지고 혼자 밀어붙이는 것도 그렇고, 로드리게즈는 열정이 넘친다.
하지만 더 부러운건 그런 열정이 통한다는 사실이다.
젊고 열정적인 감독의 영화에 좋은 배우들이 몰리는 일이, 톱스타가 영화 수익의 거의 절반을 들어먹는 우리나라에서도 언젠가 가능했으면 좋겠다.

옴니버스 형식이다. 에피소드가 세 개인데, 합쳐서 영화가 좀 길기는 해도 전혀 지루하지 않다. 무엇보다 뜻밖에 장소에서 뜻밖에 얼굴을 내미는 배우들 보는 재미만 해도 엄청 쏠쏠하다.

부르스 월리스를 볼때마다, 머리가 좀 크고 실제보다 나이가 좀 들어보여도 얼마든지 섹시해 보일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물론 그가 갖고있는 황금의 페이스가 그렇게 만들어주는 부분이 없지 않지만.
주름이 얼굴의 절반을 덮고 머리카락과 수염이 회색으로 변했어도, 그의 반쯤 찡그린 얼굴은 아직도 멋지다. 웃을 때도 그렇고.(개인적으로 곤경에 처했을 때의 그의 표정이 가장 마음에 드는건, 아무래도 다이하드의 영향인가?)

그렇게 멋진 부르스지만, 제시카 알바와 키스할때는 죽여버리고 싶었다.
"허니"에서부터 알아봤지만 그녀는 정말 끝내준다. 그말밖에는 할말이 없는게, 그녀가 화면에 나타나면 생각을 할수가 없다. 시신경에만 모든 정신이 집중되기 때문에.
로드리게즈 영화에 나오는 댄서들은 다들 왜이리 사람 넋을 빼놓는 것인지.(황혼에서 새벽까지의 셀마 헤이엑은 등에 식은땀이 흐르게 했었다.)


대사에도 있지만, 할아버지라 해도 손색없을 나이에.. 브루스 아저씨,좋았어?




첫번째 에피소드의 주인공인 괴물 파이터로 미키 루크가 등장한다. 인제 배도 많이 나오고 복싱 때문에 얼굴도 많이 뭉개졌지만(코가 다섯번이나 부러졌다지 아마) 이번엔 아예 얼굴에 뭘 잔뜩 붙이고 씌워서 나는 그가 술마시는 모습을 보고야 미키루크인줄 알았다.
나보다 일곱살 많은 우리 누나의 침대에 누우면, 항상 그가 반쯤 누워서 베시시한 표정으로 나를 보는 모습을 볼 수 있었던 기억이 난다. 우리 누나는 누워서 보기 위해 닿지도 않는 키로 그의 사진을 천장에 붙이는 대공사를 실시했었다.

두번째 에피소드의 주인공은 클라이브 오웬이다. 킹 아더를 보면서도, 클로져를 보면서도, 신 시티를 보면서도 난 그가 별로 연기를 잘한다는 생각이 안들었다. 내가 이상한 것인가.

두번째 에피소드엔 그 외에도 내가 정말 좋아하는 브리트니 머피도 나오고, 데몬 아오키도 나오지만 가장 인상적인 사람은 따로 있다.
생양아치 쓰레기로 등장했다가 손잘리고 엉덩이에 표창 박히고, 머리에 권총 총신 박히고, 결국엔 목이 뎅강 잘려서 이리저리 굴러다니는 잭키보이라는 캐릭터인데, 어디서 많이 본 얼굴이다 싶었는데 맙소사, 베네치오 델 토로다.
베네치오 정도 되는 배우가 그런 역을 하다니. 그저 놀랄 수밖에.

그 외에도 많다. 일라이져 우드도 나오고(얘도 사람 놀래킨다. 식인 살인마라니.) 마이클 클락 던컨 아저씨도 나오고(이사람 데어데블에서도 나왔는데, 밀러 만화에 등장하는 흑인 악당과 가장 흡사하기 때문인가? 원작을 못봐서 모르겠다) 터미네이터 3에서 구질구질한 존 코너로 나왔던 닉 스탈도 나온다. 마이클 매드슨이랑 룻거 하우거 할아버지랑 조쉬 하트넷도 얼굴을 비친다.

독특한 느낌의 영화다. 꽉 짜여진 에피소드들이 서로 연관을 맺으면서 흥미진진하게 계속되고, 독특한 분위기에 캐릭터들도 개성이 넘치고 대사도 특이하다.(뭔가 심오한듯이 이야기하지만 별 이야기 아닌, 타란티노 스타일인듯? )
그러나 역시 한국인의 정서와는 가까이 하기엔 너무 먼 당신이고, 너무 잔인하다는 게 걸림돌이 될 듯하다. 로드리게즈 스타일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두말할 필요 없다.
완전 강추다

제시카 알바의 자태를 보라.. 오홍홍

2005/08/30 11:24 2005/08/30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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