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무렇지도 않게 영세민들을 길거리로 내몰고 삶의 터전을 빼았았다. 일방적인 결정이다.
의견 교환, 타협, 합의와 같은 민주주의적 과정은 전혀 없었다.
그냥 내가 여기 볼일이 좀 있으니 걸리적거리는 니들은 나가서 죽으라는 식이다.
눈이 뒤집힐 수 밖에 없는 일이다. 나라도 농성했을 것이며, 적극적인 의사 표현을 했을 것이다.
내가 내는 목소리를 누군가는 들어줄 것이라 믿고.
적어도 내 나라에서 나의 생존권을 주장하는데 뭐가 문제란 말인가.
이들에게 돌아온 건 물대포 세례와 죽일 듯이 달려드는 경찰특공대들의 무식한 돌격앞으로 뿐이었다.
한여름에 맞아도 뒤질 것 같은 물대포다. 맞은 후엔 그야말로 뼛속까지 차가움이 밀려들어 온몸을 덜덜덜
미친놈처럼 떨어야 한다. 맞은 부분은 시퍼렇다 못해 시뻘건 멍이 든다.
투입된 경찰특공대의 원래 목적은 대테러진압이다. 생존권을 위해 투쟁하는 사람들을 "테러리스트"와
다를 것이 없다고 판단해야 출동이 가능한 애들이다.
그래, 백번.정말 백번천번 양보해서 이들이 생존권 투쟁의 과정에서 약간의 법위반과 공공사회의 안녕질서에
악영향을 끼쳤다고 하자.(하지만 나는 이 전제에도 절대 동의할 수 없다.)
그렇다고 테러리스트? 이들이 다른 누군가의 목숨이나 안전에 치명적인 해를 끼칠 수 있단 말인가?
그래서 자그만치 특공대를 투입해서 순식간에 개 때려잡듯 잡아 조지다가 그 와중에 다섯이나 죽게 만들어도
괜찮다는 말인가?
도대체 누굴 위해서?
경찰들이 지키는 법정의란 도대체 누구 위에 군림하는 것이며,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 것인가.
나 좀 살겠소. 살려 주시오 하는 시민들을 짓밟으며 지켜낸 소위 그 빌어쳐먹을 "법에 의한 정의"가,
과연 누구를 지켜준단 말인가.
억울하고 억장이 무너저고 기가 막혀 말이 나오지 않는 하루다.
가슴 끝이 먹먹하여 하루 종일 아무런 일도 잡히질 않는다. 힘 없는 사람들의 생존이 이렇듯 무참히 짓밟히는
세상에서, 내가 먹고살기 위해 일하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너무나 혼란스럽다.
잘 가시길. 신을 믿지 않는 나지만 어떤 신의 이름을 걸든, 당신들의 억울한 죽음은 그에 응당한 대가를 치르게
될 것입니다. 꼭 그렇게 될 것입니다. 내 작은 머리 속이라도 꼭 잊지않고 기억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