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관계
꽤 오랜 시간을(4~5년)편하고 친하게 지내온 여자아이가 하나 있다. 술 먹고나서 헤롱대며 전화하는 사이가 아닌 밥 먹고나서 트림을 하며 전화를 걸어 수다를 떨 수 있는 그런 아이.
몇 개월전 2년간 사귀던 남자친구와 결별한 그 녀석은 나에게 자주 전화를 걸어 전 남자친구 욕과 함께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며 킬킬대곤 했다.
맘 편하게 대할 수 있는 이성이란 귀한 법이고, 그 중에서도 마음이 맞는 녀석은 더더욱 귀한 법이라, 나는 외로움과 심심함의 게이지가 정신병 발병 범위로 넘어가기 직전에 그녀를 찾았고 코드가 잘 맞는 우리들은 즐겁게 어울렸다.
이성적인 매력을 전혀, 단 1%도 느끼지 못했다면야 그것도 거짓말이 되겠지만 지금 이 상태를 전혀 바꿀 생각이 없었던 난 그 아이와 만나는 날은 아침 면도를 생략한 채 무릎이 튀어나온 청바지와 후즐근한 티셔츠(세상에서 제일 편하다!!)를 걸쳤고
그 아이도 화장기없는 얼굴을 야구모자로 푹 누르고 나타나곤 했다.
우리는 서로의 얼굴에 밥풀 날리는 토론 끝에 ‘남녀관계에도 얼마든지 우정이 존재한다.’라는 결론을 내기도 했으며
극장 매표소에서 “연인석으로 드릴까요?”라는 직원에 말에 발끈, “우리 그런사이 아니거등요!!”라며 호들갑을 떨어 표파는 아가씨의 얼굴에 ‘아주 지랄들을 해라 이것들아..’ 식의 표정이 떠오르게 만들기도 했고(사실 존나 유치한게 사실이지.. 서로 주물러댈-_-;;것만 아니라면 연인석이든 일반석이든 무슨 차이가 있단말야?)
함께 쇼핑을 갔을 땐 서로의 몸매에 대한 현실감 넘치는 비판과 절망적인 전망들을 늘어놓아 옷가게 직원들로 하여금 “도대체 이것들은 왜 거울이라는 편리한 수단을 사용하지 않고 안티를 대동하고 쇼핑을 다니는 것인가.” 등등의 의문점을 갖게 하기도 하였다.
어떻게 한번 손끝이라도 스쳐볼까 머리를 굴릴 필요도, 어떤 멘트를 날려야 내가 멋있어 보일지에 대한 진지한 고찰을 조낸 빠른 순간에 해내야 하는 책임감도 생략한 관계(그런데 이상한건, 오히려 이럴 때 말이 술술, 참 잘도 나온다는 것이다.)는 참으로 편해서 즐거웠으며 그 아이도 그랬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몇주 전, 그 아이에게 남자친구가 생겼다.
나? 약간은 아쉽고 섭섭했던 게 사실이지만 뭐 우리집 감나무도 아닌 것에 대한 유채부동산 상의 과실소유권을 주장할수는 없는 법(내 감나무도 아닌데 남이 감을 따먹는다고 열받을 수는 없다는 말-_-배운척 한번 해봤음). 그냥 잘됐군 짜식. 그런데 이제 그녀석과 영화보기는 글렀구나. 또 혼자 보러 다녀야 하나? 라는 생각을 잠깐 하면서 쿨한척 한번 했다.
하지만 그녀석의 남자친구는, 나의 존재가 무진장 못마땅했던 모양이다.
어찌됐건(어찌됐건 이란 말은, 참 무섭다.) 자기는 그런 사이를 인정할수 없다고 주장했고 그 녀석은 나는 니 생각을 인정할수 없다고 주장하는 바람에 다툼이 있었던 듯 했다.
엊그제 전화를 걸어 그런 이야기를 하는 녀석에게, 나는 그 녀석도 은근히 바라는것 같고, 따라서 그렇게 해주는 것이 속 편할것 같은 대답을 해 주었다.
“알겠다.”
그래, 자연스럽게 멀어지자꾸나. 서로 부담스러워질 필요는 없으니까.
타인과의 관계라는 건, 또다른 타인들과의 관계 속에서 비로소 이름붙여지는 것이라는 걸, 다시한번 깨달았다.
2. 나는 절대로 성매매를 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건널목에 서 있는 나에게 왠 아주머니 두 분이 다가와, 작은 쪽지를 건내주며 다짜고짜로 서명지를 들이민다.
“서명하세요.”
뭐야? “서명해 주시겠어요?”도 아니고 “서명해 주세요.” 도 아니고 “서명하세요.”라니. 깔대기로 머리라도 한 대 맞으면서 들어야 할 것 같은 이 문장은 뭐란 말이지?
서명용지에는 이런 문장이 적혀 있었다.
-나는 어떠한 경우에도 절대로 성매매를 하지 않을 것을 맹세합니다.-
‘이 새끼 봐라, 얼릉 싸인 안 하지.’라는 듯한 눈빛을 마구 발사해 주시는 아주머니들 때문에 얼결에 펜을 받아들고 싸인을 하며 속으로 생각했다.
‘그래... 나도 진짜 앞으로도 할 일이 절대 없었으면 좋겠다.’
당장 내일이 어떻게 될지 모르는 게 사람 사는 일이 아니던가. 지금이야 이렇게 건강하고 펄펄하지만 바로 내일 교통사고를 당하거나 길을 걷다 공사현장에서 떨어지는 철근에 맞아 장애우가 될 지도 모르는 일이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성매매 특별법이 여전히 시행되고 있는 대한민국에서 난, 평생 골방에서 야동 보며 딸딸이만 치다가 죽어야 한다. 떡? 꿈도 못 꾸겠지.
이 나라에서 자기의 매력으로 이성을 꼬실 능력이 없는 사람은 그저, 딸딸이 밖에는 성욕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없으니까. 돈이 존나게 많아서 해외로 원정을 다닌다면 또 모를까(그 꼬라지 정말 볼만하겠구만..).
이래저래 대한민국에선 잘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 그저 잘나야 하고, 못났으면 그저 참아야 한다.
씨파, 운동해야겠다. 가진것도 없고 얼굴도 못났으니 몸이라도 키워서 떡을...-_-;;
3. 아, 정말 시끄러워.
선거유세랍시고 고래고래 고함을 질러대는 것도 듣기싫지만 더 싫은건 유행가를 요상하게 개사해서 틀어대는 짓거리다.
[어머나], [아파트], [찬찬찬] 등의 친숙한 리듬에다 온갖 유치찬란한 가사들을 붙여 틀어대고 있는 걸 듣고 있자니 이거 참... 완전 소음공해가 따로 없다. 한번 약발좀 먹혔다고 이렇게들 줄창 써먹냐. 창의력이 이렇게 빈곤해서야 원.
마찬가지로
짝짝짝짝짝 대~한민국이나 오 필승 코리아 등등의 소리도 인제 하두 들어서 지겹지만 진짜 역겨운건 그걸 이용해 처먹는 짓거리다.
시청앞 광장을 팔아먹은 놈이나, 그걸 사서 써먹을 생각을 한 놈들이나, 구더기나 파리나.
시팍. 2002년 월드컵을 군대에서 본게 억울하고 분해서 올해는 시청앞 광장에서 나도 목이 터져라 응원한번 해볼라 했는데, 안 갈란다. 그냥 집에서 통닭이나 뜯으며 봐야지.
갔다가 sk멤버쉽 있는 사람들한테만 좋은 자리 나눠주면 어떡해? 나 sk멤버쉽 있는데, 행여나 그걸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일(그런 조깥은 일이)벌어지면 어떡해?
아우, 쓰다 보니까 또 기분이 조깥네.
4.그래도 먹는 재미!!
김밥을 한번 싸먹으면 이래저래 남는 재료들이 처치곤란인 경우가 많다.
개수가 맞게 남으면 또 김밥 싸면 되는데, 조각조각(햄은 하나도 안 남고, 우엉이나 단무지, 어묵같은 것만) 남으면 결국 냉장고에서 썩어들어가기 마련.
이것들을 한방에 처치하기 위한 극약처방, 거의없다표 유부초밥.
별다른 스킬도 필요없고 만들기 초 간단. 먹기는 더 간단. 치우기도 간단. 뽀대는 그럴듯.
댓글을 달아 주세요
껄님 집들이때 유부초밥해오삼...
2006/05/29 16:31'1. 관계'에 대한 스토리는 나도 많은데, 뭐 그냥 스쳐가는 바람이라 생각하세요.
빨리 없다님도 연애해야 할텐데...쩝...나도 물론이고...
예술입니다. 그려 ^^ 정말 맛나 보임다.
2006/05/29 16:35유부초밥 쵝오! 누가 거의없다님을 데려갈지 정말 기대!!!!
2006/05/30 09:05저 역시 남녀관계에 우정은 존재한다고 생각하지만 그런 생각을 유지하기 위해선 주위사람의 동의(?)도 필요하더군요.
2006/05/30 12:44엽민 님//글쵸. 얼릉 연애해야죠. 엽민님도!!! 하하하^^ 껄님 집들이때 술이나 한잔 같이..
2006/05/30 19:53버디 님//어떻게 대~애충 만들었는데 사진발좀 받더라구요. 크흐흐
라이 님//그러게요. 어떤 복받은 여인네가 절 픽업할지... 저도 기대만땅입니다. 진정한 필살 요리들은 그때가서.. 할 생각인데.^^
self_fish 님//주변사람들로부터 동의를 얻기는 정말 힘들더군요. 그 아이나 저나 주변사람들이 어찌 그리 하나같이 입을모아 오해해주시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