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의없다's Blog
새벽 4시의 기적

불의를 보면 절대 참지 못하시는 열혈정의파 앨리스님의 성질에서 비롯된 싸움일지 포스팅을 보고(링크를 걸어놓고 싶지만 앨리스님이 워낙에 신비주의 전략을 고수하시는 분이라.. 멤버쉽이 있어야 접근 가능하다. 나? 물론 나야 멤버지... 푸와하하하하하하-_-) 불의를 보면 절대 1)참아버리고 2)숨어버리고 3)멀리 돌아가버리는 식의 '참을 인자 셋'라이프스타일을 고수하던 거의없다도 뭔가 느껴지는 것이 많았더랬다.

화가 나는 상황에 직면하면 콱 막혀버리는 새가슴과 어이가 가출하면 할말도 따라서 가출해버리는 답답한 입을 가진 나는 말싸움에서 누군가를 이겨본 적도 별로 없고 콧대를 확 찍어누를 정도의 깡다구도 갖고 잊지 못하다.
전적이 시시하니 싸움 자체를 피하는 수 밖에. 그나마 더럽게 타고난 인상 덕분에 누군가가 이유없이 싸움을 걸어오거나 우습게 보고 슬슬 건드리는 일은 별로 없었던 게(자랑이 아니군-_-) 또다른 이유라면 이유랄까.


그러나.


아무리 동글동글 둥글둥글 있는데끼 없는데끼 하는 거의없다도 정말 제대로 빡 돌때가 있는데, 물론 많지는 않고 살아오면서 손가락으로 꼽을 수 있을 정도지만 그럴때만는 지인들 모두에게 그자식 알고보니 참 순둥이라고(사실은 소심하다는게 정확한 평가지만)불리는 나도 참지 못하는데...

물론 당장 그자리에서 나서 봐야 이길 확률이 전무하다는 것을 누구보다도 스스로가 잘 알고 있기때문에 그자리에서 당장 폭발하는 건 지양하는 편이고-_-

일단 물러났다가 나중을 기약하고 등을 노리며 뒤통수 후두려까는 전법을 즐겨 쓰는데(헉 진짜 비겁해 보이잖아) 뭐 그리 진지한건 아니다. 그냥 흥미거리로다가 소심한 복수를 몇개 공개한다. 고발당할 수위를 넘지 않는 것으로..


가벼운 걸로 시작하자.

사람이 슬슬 많아지는 시간에 지하철을 타고 어디론가로 향하던 친구와 나, 서 있던 자리 바로 앞에 앉아있던 학생이 내려서 의자에 자리가 생겼으나 갈 길이 별로 멀지도 않고, [나는 젊었거늘 서서간들 어떠하리]등등의 선동적 표어에 찔끔하여 선 자세를 고수한체 조금 떨어진 곳에 서 있는 할머니에게
"여기 앉으세요 할머니."라고 말했고, 그 이야기를 들은 할머님께선 고마운 표정을 지으시며 의자로 다가오시는 중이었는데... 할머님 옆쪽에 서 있던 모피코트를 쳐 입으신 아주머니(40대 중반 정도로 보임.) 빛의 속도로 달려와 할머니를 바디슬램으로 내동댕이치고 자리를 냉큼 차지하는 것이 아닌가.

어이를 상실한 내가 할머님을 일으켜드리고 "이보세요. 할머니한테 양보한건데요."라고 말했으나 그 아주머니 이미 신발까지 척 벗고 눈을 감아버린 후였고 할머니는 괜찮으시다며 마침 생긴 다른 자리에 앉으셨다. 이거 나혼자 화를 내기도 뻘쭘하잖아.
아무리 그래도 자기 어머니뻘 되는 사람을. 좀처럼 화가 식지 않았다. 그렇게 세 정거장이 지나고 아주머니는 그 자세 그대로 진짜 잠들어버렸고...

어떻게 뭔가 피해를 입힐-_-^ 방법이 없을까.

없다 : (껌을 씹고있던 친구에게) 야, 껌 몇개 남았어?
친구 : 한통사서 지금 이게 처음씹는건데?
없다 : 세개만 줘봐.

-오물오물오물-



한꺼번에 세개를 물고 씹던 껌이 단물이 다 빠지자(빨리 씹느라고 턱 나가는줄 알았다) 꺼내서 손으로 쪼물락거려 최대한 넓은 모양(!)을 만든 후 아주 정성스럽게 아주머니가 벗어놓은 구두에..



밑창처럼 깔아드렸다. 걸음이 아주 상쾌하시겠지.
사람들은 낄낄대기만 하고 아무도 말리지 않았다.

그리고 난 담 정거장에서 내렸다. 뒷일은 모른다. 한짝에만 붙였으니까 집에 못 가지는 않겠지. 뭐 깽깽이 뛰어서 가시던가.



너무 약하죠? 약간 더 센것.


거의없다가 군대에서 뺑이치던 시절 상병을 달고 그나마 조금, 아주 조금 살만해졌을 무렵 대대장이 새로 교체되었는데 그 분이 아주 똘끼 다분하신 열혈 병신 겉다리 같은 분이셨다.
군대다녀오신 분들은 다 아실거다. 윗대가리가 또라이면 밑에사람들은 아주 죽어난다는거.

하루에도 수십번씩 대대를 순찰하며 또라이 짓을 했는데 그 피해가 어마어마 했다.
어느 내무반에선 말뚝박기를 하며 놀고 있었는데 밑에 깔려있는 말중에 이등병이 있었다는 이유로(물론 병장도 상병도 있었다. 아무리 군대지만 놀때는 계급 없다. 상식 아닌가.) 내무반 전체가 군기교육대에 끌려가 좆뺑이를 쳤고
식당 앞에선 바닥에 깔려있는 블럭의 무늬가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휴일날!! 전 대대 병사가 밖으로 불려나가 하루종일 블럭 새로깔기 작업을 해야 하는 일쯤은 예사로 일어났는데
그 중에서도 압권은 "나는 차다니는 곳에 돌맹이가 있는 것이 보기 싫다."라는 이유로 차량호가 있었던 부대 뒷산의 돌맹이를 모두 제거하라는 명령 등이었다.(시팍 산에 돌이 없으면 그게 산이냐?)

뭐 암튼 그건 지휘관 꼴리는 대로 일시키겠다는데야 할말없는 것이고(그래서 군대가 좆같은 거고)억울하면 니가 장교하지 해버리면 또한 할말없는 것이니까 그렇다 치자.
이 분께서 저지른 또라이짓중에 극강 에피소드는 정말 재수없게도-_- 내 주변에서 일어났다.

때는 유격훈련 중이었다. 뭐 아시겠지만 유격훈련이 워낙 힘들어서 훈련이 끝난 5시 이후는 거의 마음대로 쉴 수 있도록 풀어주기 마련이다.
훈련 삼일째, 힘든 훈련을 마치고 모두 잠든 새벽 1시 경이었다. 갑자기 전원 기상하라고 난리가 났다. 총이 한자루 없어졌단다!!!

당시 일직근무였던 김모 중사는 장교용 텐트 안에 있어야할 대형 난로가 밖에 나와있는 것을 보았고 마침 주변에서 보초 근무를 서던 병사 두명을 불러 난로를 텐트 안으로 집어넣을 것을 명했다.
당근 달려온 두명의 병사는 보초서던 복장(총과 군장을 맨) 그대로 난로를 옮기려고 했는데 당연히 총을 맨 체로 힘을 쓰기가 쉽지 않았고, 보고있던 김모중사는 거추장스러운 총을 잠시 벗어서 텐트 안에 넣어놓으라고 말했다. 병사들은 당연히 시키는대로 했다.
근데 난로를 다 옮기고 나니 총이 없어진거다. 아니 씨발 이런 귀신이 곡할 노릇이?
샅샅이 찾아봤지만 총은 보이지 않고 총을 분실한 병사는 후덜덜덜 떨고 있는데 어쩔 수 없이 보고는 줄을 타고 대대장의 귀에까지 들어가고, 노발대발한 대대장은 전 대대원을 소집한 것이다.

"찾을때까지 한숨도 못 잔다."

뭐 그건 당연하다. 총이 없어진건 무지무지 큰 일이니까 찾아야지.
하지만 전 대대원이 나서서 찾는데도 총의 행방은 오리무중. 총을 잊어버린 장본인은 사시나무 떨듯 떨고 있었는데 하필이면 그녀석, 우리 내무반의 내 소대였다.-_- 아 나도 좆돼겠구나. 말뚝박기 한번 잘못해서 군기교육대면 이거 영창가겠군. 어쩌면 육군교도소? 씨발.


그.런.데.
우리의 대대장님께서 홀연히 그 총을 들고 나타나신 게다. 어헉?
처음부터 지가 숨기고 있었던 거다. 그 빌어먹을 순찰 중에 텐트에 총을 갖다놓는걸 보고 몰래 들어가서 총 한자루를 들고 나와서 노발대발 연기를 하신 거다... 씨, 씨발..
유격훈련 중에, 꼴딱 밤을 샌 데다 밤새 뻘짓하느라 여기 뒤지고 저기 디비며 뛰어다니던 500여명의 병사들을 앞에 놓고 우리의 대대장 일장연설을 했는데 한줄로 요약 가능했다.

"관리 못했으니 어쨌든 잊어먹은 놈 책임이다."

아아 그렇구나. 훔쳐간 놈은 아무 책임이 없는 거구나. 내 옆에 서있던 김상병의 코멘트는 우리의 심사를 정확히 반영했다.
"저새끼 달려가서 때려 죽이고 싶다."

그 사건은 당시 보초를 서던 두명이 군기교육대에 끌려가는 것으로 일단락 되었지만 막상 잘못된 명령을 내린 김모중사는 아무런-_-처벌도 받지 않았다. 역시 가제는 게 편이라는 불변의 진리 확인.

하지만 거의없다는 왠만해선 빡돌진 않지만 한번 빡돌면 절대 잊어먹지 않는다. 군자의 복수는 백년이 걸려도 늦지 않는다고 하지 않았나.
세월이 흘러 제대하던 날. 아침일찍 빌어먹을 곳에서 어쨌든 정든 전우들과 작별을 하고 부대를 나선 거의없다, 함께 제대한 동기와 함께 부대주변에서 술을 한잔 들이키고 목욕을 한번 땡긴 후 다시 부대 주변으로 숨어들었다. 대대장의 관사는 위병소앞 20미터 전방에 있었다.

짱돌을 집어들고 군번줄 인식표를 반으로 꺾어 날을 만들었다.

(자세한 묘사 생략)

아마 다음날, 우리 대대장님께서는 끔찍히 아끼시며 틈날 때마다 쳐 닦고 애무하던 승용차의 끔찍하게 박살난 유리창과 좌석에 박혀있는 짱돌과 그 유리창 문짝에 커다랗게 긁어놓은 글씨를 발견할 수 있었을 지도 모른다.

"관리 잘 해야지."

물론 어떻게 된 일인지 나는 모른다.



이번엔 개인적으로 가장 통쾌했던

지금이야 키 17x에 몸무게 7x킬로그램의 나름 건강한 몸매를 소유하고 있는 거의없다지만 본인 스무살 시절, 그러니까 대학에 입학하고 군대에 가기 직전엔 몸무게 100킬로그램에 육박하다가 결국은 그걸 넘어버린 엄청난 몸집이었다.
원래 소아비만이었던 데다가-_-편식이 심하고 음주를 즐기던 버릇때문에 당체 살이 빠질 기미라고는 보이지 않았는데 살을 빼겠다는 생각만 있었지 의지라고는 전혀 없는 암울한 청춘이었다.(그땐 떡도 거의 못쳤... 헉;;)

그런 못난이 거의없다에게 단 하나의 소박한 소원이 있었는데 그것은 다름아닌 베이직 청바지(슬림한 라인의 워싱이 잔뜩 들어간 베이직 청바지가 한창 유행중이었다) 한번 입어보는 것.
하지만 무려 36이었던 허리사이즈에 과연 들어갈 바지가 있을지 확신할수 없어서 망설이고 망설이던 없다, 드디어 한번 부딫혀 볼 결심을 하고 모모 동에 있는 베이직 매장으로 바지값을 들고 찾아갔었더랜다.


잔뜩 긴장된 손으로 문을 열고 들어간 매장엔 날씬한 아가씨 둘이서 손님을 기다리다가 들어가는 나를 보고 달려왔다.

"어서 오세..."

한눈에 나의 거대한 사이즈를 알아낸 쌀쌀맞은 인상의 아가씨. 위아래로 훑어본다. 마치 여기 와선 안되는 녀석이 기어들어왔다는 듯한 태도(나만 그렇게 느꼈는지도 모르지만)
난 그때 정말 너무 소심해서 여자 앞에선 모기 샤우팅 정도의 목소리밖에 내지 못했다. 기어들어가는 목소리

"바지좀 입어볼라고 하는.... 데요."

"........네?"

(점점더 작아진다)"바지..... 좀."

"아.. 근데 사이즈가?"

(볼륨 0을 향해 달려간다)"사, 삼십.. 육이요."


이 아가씨, 팔짱을 끼신다.

"손님, 저의 매장엔 제일 큰 사이즈가 34거든요? 어떻게.. 그래도 한번 입어보실래요?"

"......네."

"그러세요 그럼."

열심히 구경하는 척 하다가(사실 눈대중으로 제일 커보이는 것을 찾고 있었다.) 하나를 집어들었다. 이정도면 맞을지도 몰라.
아가씨는 아무말 없이 탈의실의 문을 열어준다. 문이 닫히고 얼마후, 내가 역시 안들어가는 바지를 잡고 낑낑대고 있는데 밖에서 얘기하는 소리가 들린다.

"아우 정말. 허벅지랑 엉덩이 봤냐? 바지 터지는거 아냐?"

"야 듣겠어."


........너무 크고 정확하게 들렸다. 얼굴이 화끈거리고 민망해져서 견딜수가 없었다.
다시 입고왔던 바지로 성급히 갈아입고 밖으로 나갔다. 그럴 줄 알았다는 표정이다.

"안녕히 계세요."

"가세요."

소심쟁이 거의없다는 그 후론 다신 그 매장의 근처에도 가지 못했다.



세월은 흐르고 군대에 간 나는 훈련소 7주만에 몸무게 30킬로그램이 빠지는 기적의 다이어트를 체험하게 된다.(사기 아니다. 정말 딱 7주만에 33.4킬로그램이 빠져나갔다.) 이 die어트에 대해서는 할말이 많으니 다음 기회에.
제대직후 몸무게 68킬로그램에 허리사이즈 30. 매우매우 슬림한 몸매를 갖게 된 나는 한풀이라도 하듯 미친듯이 옷을 사제끼기 시작했는데 노가다 두달 뛰어 번돈 200을 거의 다 옷값으로 날려버리는 기염을 토악질하게 된다.(어차피 입던 것중엔 맞는옷이 하나도 없어 다 새로 사야 할 판이었다.)


그러던 중 운명처럼 그 옛날 그 베이직 매장앞을 지나가게 되었는데.. 설마혹시 하며 안을 바라보니... 그때 그 아가씨가 앉아 있는것이 아닌가
너, 정말 반갑다. 너.
군대에서 살만 뺀 것이 아니라 필요에 따라 뻔뻔해지는 방법도 습득한 나, 조금도 주저하지 않고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간다.

"어서 오세요!"

반갑게 달려와주신다.

(엄청 큰 목소리)"저기 저 바지좀 입어볼께요."

"아, 사이즈가 어떻게 되세요? 되게 날씬하시네."

그 말에 대답하면서 감격에 겨워 거의 쌀뻔....(오줌) 했다.

"허리 30이요."(으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잠시만요. 갖다 드릴께요."

팔랑팔랑 뛰어서 옷을 꺼내러 간다. 그래, 니가 어디까지 그럴지 함 보자.

"어 이건 색깔이 별로네. 다른색으로 좀 갖다 주세요."

"어 이건 라인이 뭐 이래? 다른 스타일은 없어요?"

"이건 다 좋은데 주머니 모양이 별로다. 저기 저것좀 보여주세요."

"이건 무슨 아저씨 기지바지 같네. 몸에 좀 붙는건 없어요?"

"이건 너무 붙는다. 무슨 피터팬도 아니고 이걸 민망해서 어떻게 입어. 다른거 없어요?"

인내심을 가지고 옷을 갈아입었다. 사실은 즐겁고 미칠 것 같은 기분이었는데 아무 바지건 그냥 온몸이 쏙쏙 들어갔다.
처음 갈아입으면서 마음속으로 1을 카운트했는데 어느덧 20이 넘어갔다. 매장내에 있는 거의 모든 디자인을 다 입어보았고 옷걸이엔 내 몸을 거쳐간 바지들이 수북히 쌓였다.

얼굴이 벌개진 그녀는 더 이상 나한테 엉덩이가 이쁘다느니, 허리가 잘록해서 청바지가 잘어울린다는 등의 말을 하지 않았다. 적절한 타이밍.
마지막으로 입어본 바지를 휙 집어던졌다. 잔뜩 짜증이 난 표정을 지으려고 했는데 성공했는지 어땠는지는 모르겠다.



"아우, 옷들이 뭐 이래? 이딴걸 어떻게 입고다녀."



마지막에 입어본 바지는 다른 매장에서 구입했다. 실은 그게 마음에 들었었다.
2006/02/03 00:10 2006/02/03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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