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에 집에 메가TV라는 것을 설치했습니다. 어머니께서 전화로 가입을 권유 받으시고 한달에 매우 적은 금액 - 싸기는 하더군요. 유선방송보다 저렴하니 - 으로 각종 영화들을 무료로 관람할수 있고, 종영된 드라마도 1회부터 볼 수 있으며, 각종 정보 프로그램도 무료로 볼 수 있다는 말에 기냥 오케이 하신 모양입니다. 얼마전에 TV도 큰 넘으로 하나 장만을 했고, 울 엄니가 영화를 좀 즐기시는 분이라, 뭐 그런가부다 했습니다. 어차피 전 TV보는 시간이 많지 않으니까...
놓고 보니까 생각보다 쓸모가 괜찮더군요.
실은, 어머니가 1회부터 보시던 "바람의 화원"(이하 바화)을 덩달아 옆에서 시청하면서 문근영군의 광빠돌이가 되어 버렸다는... 어헝헝 근영양...

이 고운 자태를 보시라. 으헝헝헝..
사실 근영양에게 정말 필요한 것은 [국민 여동생]처럼 쓰잘데기 없는 호칭이 아니라 또래 연기자들에 비해 압도적인 연기력을 제대로 쓰게 해 줄 판이 아니었나 생각됩니다. 연기자 인생에 하나로 얼굴이 굳어지는 것처럼 위험한 것도 별로 없는데, 국민 뭐시기 하는 말은 그것 하나로 이미 너무 많은것을 규정해 버린단 말이죠.
국민배우 칭호를 받은 안성기 아저씨가 무슨 연기를 하던 바른생활 유부남으로 보여 버린다는 것. 물론 성기 아저씨의 연기 스펙트럼이 생각보다 넓지 않은 탓도 있지만 바로 그 국민배우 칭호가 가장 큰 원인입니다.
의식하지 않으려 해도 상당히 심오한 FM적 행동을 해야만 할 것 같은 막중한 책임감을 느끼게 만드는 국민 여동생이라는 칭호에서 근영양이 완전히 벗어나길 바랍니다. 담 작품은 완전 개막장, 마약쟁이나 나이트 죽순이, 작부 같은 역할도 한번 해보심이...(야!!)
벗뜨 그러나, 하나의 고정된 이미지에서 벗어날 필요가 전혀 없는 배우들도 가끔 있습니다.
이를테면 이런 사람 말이죠.

상당히 오래된 짤방이긴 하지만.. 시걸 엉아의 원페이스 뽀스를 제대로 느낄 수 있는...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위의 표정들은 다 같은 표정이 아닙니다. 눈과 입의 위치가 조금씩 달라요. 그렇게 느껴지지 않습니까? 가령 "흥분"과 "흡족" 두개의 사진을 놓고 보면, 화면상의 오른쪽 눈꼬리와 왼쪽 입술 끝부분이 약간 다른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렇지요?
당체 모르겠다고요...? 당연하죠. 다 같은 사진인데. 설마 이런 저질 낚시질에 낚이신 분은...
암튼, 시걸헝아의 경우 거의 모든 영화에서 단 하나의 캐릭터만을 주구장창 연기해 왔습니다. 하나의 이미지가 너무 강해 사실상 다른 연기를 한다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고, 더우기 본인도 전혀 그럴 생각이 없어 보입니다.
한 우물 파서 석유가 나오는 꼴을 보고야 말겠다는 강철같은 의지로 연기인생을 살아오신 이 분, 없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배우입니다. 가장 큰 이유는 꼴마초인 없다가 시걸 헝아의 "강철같은 표정으로 적의 목관절을 반대방향으로 꺾는"필살기의 매력에서 빠져나오지 못함에 있고, 복잡한 생각 안하고 시신경의 자극으로 쌓인 스트레스를 풀기 위한 목적으로 보기엔 이 분 영화만큼 최적의 대상이 되어주는 영화가 별로 없기 때문입니다.
정의로운 시걸 헝아가 나쁜놈의 목을 꺾는다 - 더 나쁜 놈들이 줄줄이 등장한다 - 시걸 헝아가 모든 나쁜놈들의 목을 꺾는다 - 보스급 나쁜놈과 일대일 대결을 펼친다 - 시걸 헝아가 보스급 나쁜놈의 목을 꺾는다.
라는, 단순상쾌한 줄거리가 끝없이 반복되는 시걸헝아의 영화는 보면서 스트레스를 받을 일이 전혀 없습니다. 복잡한 줄거리를 이해하느라 머리를 쥐어 뜯을 일도 없고, 감동의 눈물을 폭포처럼 쏟아내며 코를 풀어낸 휴지뭉치를 로키산맥처럼 쌓을 일도 없습니다. 인간 본연에 대해 심도있는 고민을 펼칠 일도 물론 없지요.
물론 위의 일들이 나쁘다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정말 아무 생각없이 봐줄만한 영화가 필요한 때도 있는 법이죠.
그럴 때 없다는 거의 전혀 고민 없이 시걸 헝아의 영화를 봅니다.
그 중에서도 특히 없다가 좋아하는 시걸 헝아의 영화, [글리머 맨]을 소개할까 합니다.
예, 실은 어제 메가TV로 봤어요...
실은 당 영화, 시걸 헝아의 천하무적 목꺾기가 정점이 이른 시기의 영화는 아닙니다. 정점은 아무래도 [언더시즈]시절이겠죠. 당 영화에서 시걸 헝아는 배도 뽈똑 나오고(전 첨에 영화제목 보고, 이제는 글래머러스한 몸매가 되어가는 시걸 헝아의 모습을 말하는 줄 알았다는;;), 얼굴에 주름살을 잔뜩 지으면서 사람 좋아보이려 노력하는 미소를 짓고, 몸놀림은 둔해지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워낙 액숑연기의 기본이 되어 있는 사람이라 보기 힘들지는 않습니다. 그럭저럭 싸우는 모습을 보면서 감탄할 정도는 된다지요.
줄거리는 설명하고 자시고 할 것도 없습니다. 연쇄살인범이 있는데, 시걸 헝아와 포스터의 흑인 형사(키넌 아이보리 웨이언스)가 이를 수사하고, 사실은 연쇄살인범보다 더 나쁜 놈들이 이를 조종한 것을 알게 되고, 사실은 시걸 헝아는 언제나 그렇듯이 일개 형사가 아니라 무지막지한 과거를 가진 무시무시한 사람이고, 결국은 나쁜놈의 목을 꺾어 버린다는 것이 줄거립니다. 생각할 것도 없이 멍청하고 보고 있다 보면 약 1초만에 그림이 쫙 그려지는 이야기이고, 예측한 바를 한치도 벗어나지 않습니다.
역시 볼만한 것은 인간을 얼마나 아프게 때릴 수 있나에 대한 강철같은 실험적 의지를 가지고 연기한 것 같은 시걸 헝아의 버라이어티 원맨쇼 되겠습니다. 따귀 때려서 기절시키기, 발차기 한방으로 실신시키기, 신용카드에 끼워둔 커터칼날로 목따기, 손가락 관절 반대로 뒤집기, 마빡을 철봉에 박아 기절시키기 등등 온갖 종류의 신체훼손 액숑이 당 영화의 뽀인트 되겠습니다. 당연스럽게도 그런 부분에 취향이 없으신 분은 촉수엄금입니다.
당 영화는 시걸 헝아에게 얻어터지는 나쁜넘들에게 일말의 동정심도 가지지 않을 분들만 즐거울 영화이며, 처맞고 꺾이고 부서지는 악당들을 보며 평소 악감정을 품은 사람들에게 무자비한 폭력을 행사하는 본인의 모습으로 둔갑시켜 감상하며 대리 만족을 얻을 수 있는 잔인한 품성을 가진 분들만 재미있을 영화입니다.
예, 저 같은 사람 말입니다. 하지만, 그게 뭐 나쁜 겁니까? 액숑영화 보는 가장 원초적인 재미인걸요.
그렇담 당 영화, 수많은 시걸영화들 중 뭐 특별날 것도 없는데 왜 추천하는 것이냐?
몇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아마도 시걸 헝아의 원맨 액숑에 호감을 가진 분들이라면 동감하실 만한 점들입니다.
1. 얼추 흥미로움을 유발하는 줄거리를 가지고 있습니다. 어쩌다 된건지 어떤지는 몰라도 완급조절도 괜찮게 되어 있으며, 연쇄살인으로 시작해서 부패한 정부 관리와 성향이 나쁜 부자 악당을 두름으로 묶어 싹 다 죽여버리는 이야기의 결론까지, 억지로 유추해야 하거나 앞뒤가 맞지 않는 부분이 없...습니다.
즉, 이해심을 가지고 볼 필요까지는 없다는 것이지요. 가장 기본적인 것이지만 시걸 영화에서 종종 찾아보기 힘든 것들입니다.
2. 시걸 헝아의 원맨쇼가 어색하지 않게 받쳐줄만한 연기자들이 제 역할을 해 줍니다. 키넌 아이보리(비누스러운 이름이군요..) 웨이언스는 나름 방정맞은 흑인 감초 연기를 그럴싸하게 해 주며, 시커먼 악역 전문 아우라를 팍팍 풍겨주시는 연기자 두분께서 악당 연기를 해 줍니다. 조디악, 트로인, 본 시리즈에서 얼굴을 보여주어 낮설지 않은 브라이언 콕스 옹과 쇼생크 탈출과 데몰리션 맨 등에서 악역으로 열연해 주신 밥 건톤 옹이 함께 출연해 주시어, 시걸 헝아에 못지않은 카리스마를 풍겨 줍니다. 덕분에 영화는 터무니없이 강한 시걸 헝아가 가져오는 비현실성을 어느정도 카바하는 데 성공합니다.
3. 언더시즈나 복수무정 등에서 총질하느라 바빴던 시걸 헝아가 당 영화에서는 가장 많은 격투장면을 선사합니다.
맨몸격투 장면이 쉴새없이 등장하며, 마지막 장면에서 전두환과 비스무리한 대머리 악당과 싸우는 장면은 시걸 영화에서 관객들이 기대하는 맞짱 쌈박질의 진수를 보여 준다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입니다. 천하무적 시걸 헝아가 처맞고 코피쏟는 장면은 싸비스. 흔치 않은 장면입니다.
4. 다른 영화에서도 그렇지만, 당 영화에서 시걸 헝아는 배역과 그야말로 1000%의 싱크로율을 보여 줍니다. 겁나게 쌈박질 잘 하는 것이야 당연하고, 동양 문화에 심취해 있으며(실제 시걸도 불교 신자라지요?) 기묘한 옷차림으로 그것을 광고하고 다니고, 언제나 굳은 얼굴이 아니라 실실 쪼개고 농담하는 모습도 보여 주어 인간적인 면도 갖춘 캐릭터라 보기에 부담스럽지 않습니다.
5. 쓸데없는 로맨스가 없습니다. 저 같은 꼴마초들이 좋아라 할 점이군요...
기타 등등. 암튼 낄낄대면서 즐겁게 볼 수 있는 액숑 영화 되겠습니다. 댁에 메가TV가 장착되어 있는 분들이라면 심심할때 한번 보시기 바랍니다. 강추까지는 좀 무리고, 살추(살며시 추천)정도는 할 수 있는 영화라 사료됩니다.

"화이어 다운"의 한 장면입니다. 이 장면을 보니 이 사람, 시치미 뚝 떼고 멜로 한편 찍었어도 나쁘지 않았... 을 것 같다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