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의없다's Blog
새벽 4시의 기적

나는 액션 영화를 좋아한다.

인간이라는 동물이 땅에서 앞발을 떼어 손으로 사용하며 두 다리로 직립한 후부터 자연이 내려준 움직임의 한계에 끊임없이 도전해왔고, 두 번째 본능이라고 불릴만한 이러한 욕구의 연장선상에서 인간의 더 나은 움직임, 즉 더 복잡하고 고차원적인 움직임에 대한 끊임없는 추구의 결과 인간은 본능적으로 액션영화 보는 것을 좋아한다는 가이너의 이론을 들어 그럴싸하고 좀 있어보이게 설명하는 것도 물론 가능하겠지만,

교양수업중에 들으며 나조차도 졸았던 이야기를 가지고 안다는 듯이 떠든다는 건 쫌 쪽팔린 짓이고. (사람들이 액션영화를 좋아하는 이유에 대해 논문까지 작성하신 분은 도대체 얼마나 할일이 없으신 분인가.)

잘 만든 액션영화를 보는 일은, 한여름에 먹는 시원한 팥빙수 같다 - 고, 항상 나는 내맘대로 얘기하고 다닌다.

똥꼬가 움찔거리는 긴장감에, 멋진 주인공의 아끄로바틱한 액션에다가 시원한 총격씬과 속도감 만빵의 추격씬 등등을 잘 섞어 넣고, CG와 특수효과를 적당히 끼얹은 후에 쭉빵걸들의 아찔한 몸매까지 뽀~오나스로 살살 뿌린 후 마지막에 대규모 폭발 씬 한번 주~욱 부어 주면, 한여름 피서용 멀티 오르가즘 선물셋트로 한편의 액션영화가 완성되지 않는가.

재료만 잔뜩 쑤셔박고 대충 뚝딱 만들어도 그럴싸하다. 너무 깊은 맛을 내려고 노력할 필요도 없고.

팥빙수 한그릇 먹으면서 팥이 얼마나 싱싱한 상태인지, 얼음이 얼마나 깨끗한지를 따지는 사람은 별로 없는것처럼, 액션영화를 보면서 주인공의 심리묘사 같은 것에 신경쓰는 사람은 거의 없을테니까.

‘고질라’와 ‘인디펜던스 데이’를 만들었던 롤랜드 에머리히 감독의 말처럼, 관객들로 하여금 2시간동안 롤러코스터를 탄 듯한 오르가자미를 느끼게 해주면 되는 것이다.((근데 에머리히는 그걸 잘 아시는 놈이 왜 그렇게 회전목마처럼 비실비실한 영화만 만들어 내는지 모를 일이다.)

잘 아시면서..



그러나 그냥 그런 팥빙수를 만들어 내는 거야 초등학생도 할 수 있지만, 뭔가 입안에 짜~ 하고 남는, 다시 한번 먹어보고 싶은 팥빙수를 만들어 내는 일은 절대 쉬운 일이 아니다.
평범한 것을 훌륭하게 만들어 내는 것이 더 어렵기 마련.

아주 훌륭한 재료를 사용하던가(그래도 말아먹는 경우 많다. 성룡이란 1등급 재료를 들고 밍밍한 팥죽같은 영화들을 만들어낸 헐리우드의 만행을 보라.)
새로운 재료를 실험적으로 넣어 본다든가, 아이스크림이나 요구르트 같은 다른 장르의 음식들과 호환을 시켜 본다든가 이도저도 할 능력이 안되면 쟁반빙수같이 왕창 만들어 먹여서 적어도 돈아깝다는 생각은 안 들게 만들어 주던가.(미국산 팥빙수들이 애용하는 방법이다.)

본격적으로 여름 블록버스터 시즌이 시작된 이 마당에, 곧 개봉할 새로운 팥빙수 한 그릇.. 새로운 액션 영화 한편을 미리 감상할 기회가 있었다. ‘어설트 13’이다.

2005년 여름, 당신의 입장료를 날려먹을 최강의 범죄작!!



존 카펜터 감독의 76년작 ‘분노의 13번가’를 리메이크 했단다. 76년이면 난 이세상에 없었으므로, 원작은 패스.

졸라 나쁜 범죄자 로렌스 휘시번. 이른바 경찰 킬러다. 얘가 여자저차해서 경찰에 잡힌다.
후송차(로렌스 휘시번, 잡범 셋)가 디트로이트 어딘가를 지나가다가 폭설로 도로가 막히자, 디트로이트 13구역에 있는 경찰서에 잠깐 머물게 된다. 여기엔 약쟁이 에단 호크(서장이다)를 비롯한 오합지졸 경찰 몇 명이 경찰서를 지키고 있다.

근데 더 무시무시하게 나쁜 넘인 가브리엘 번(경찰이다.)이 지네 패거리(특수부대 요원들)를 잔뜩 끌고 와서 이 경찰서를 습격한다. 왜? 자기가 로렌스 휘시번하고 거래를 해왔던 사실을 틀키면 조뙐 테니까.

그래서 졸라 후달린 에단 호크가 로렌스 휘시번을 비롯한 범죄자들을 풀어 주고 같이 싸우자고 한다.
그래서, (스포일러인가?) 뭐 결국은 싸워서 이긴다는 내용이다.

적과 하룻밤 동침하면서 더 큰 적과 싸운다는 상황, 그리고 두 주인공 사이에 생기는 연대감 내지는 믿음, 금지된 사랑 앤드 경찰끼리, 그것도 한쪽편엔 범죄자 섞인 드림팀이 서로 붙는 액션, 뭐 이정도가 이 영화의 포인트 되겠다. 잘 만들었으면 재밌을 뻔 했다.

근데 재미 없다. 별로 길게 쓰고싶지도 않을 정도로 재미없는 영화다.

왜? 말도 안돼는 상황들의 연발이다.

그렇게 안에 있는 사람들을 몽땅 죽이고 싶었으면, 그냥 대포같은거 한방으로 싹 날려버리면 될거 아냐. 어차피 다 고립되고 통신도 끊긴 마을이라 보는 사람도 없다며.
굳이 안에 들어갈려고 갖은 애를 쓰는 동안 애꿏은 특공대들만 죽어나간다.

거기다가 온갖 특수장비(적외선 스코프도 본 것 같은데)와 자동화기들로 무장한 특수부대원들은 결찰서 안으로 들어가는 족족 오합지졸들(말했듯이 약쟁이, 늙은이, 여자, 기타 잡범들)한테 찍소리 한번 못하고 다 죽어버린다.

싸우다가 죽는것도 아니고 멍하니 서 있다가 그냥 안에 있는 사람들이 총쏘면, 기다렸다는 듯이 냉큼 맞아서 죽어준다. 기타 화염병, 작대기 등등으로 맞아서 죽는 모습도 보여준다.
귀여울 지경이다. 우리동네 공익들도 그렇게는 안싸울텐데.
가브리엘 번은 부하들이 퍽퍽 죽어나가는데 수수방관이다. 인상만 쓰고 앉았다.

어이 아저씨, 뭔가 좀 해보라구



또 있다. 잘 싸우던 잡범 둘이서 갑자기 ‘자유롭고 싶어!’라고 소리치더니, 작당하고 뛰쳐나가서 사이좋게 총맞아 죽는다. 헤드샷.
에단 호크한테는 탄창 하나를 다 쓰도록 쏴대고도 스친 상처 하나 못내던 스나이퍼들이 이때만은 발군의 실력을 발휘한다.

뻔히 밖에 스나이퍼들이 잔뜩 대기하고 있는 걸 알았을텐데, 왜 나갔을까? 아무리 생각해도 답은 ‘감독이 시켜서’ 밖에 생각나지 않는다.

기타 등등 이 영화에는 ‘이렇게 하면 긴장감을 줄일 수 있다.’ 교본으로 쓸 만큼 생뚱맞은 장면들이 즐비하다.
상황이 이러하니 긴장감 제로다. 엉덩이가 아파오기 시작한다.

인물들간의 심리묘사에 더 신경을 썼단다. 근데 보는 나는 별로 동의하고 싶지 않다.
한번 습격을 막아낸 경찰과 범죄자들이 말싸움을 벌이다가 서로 대치하는 상황이 벌어진다.
‘오호라~ 내분이야?’라고 생각한 순간, 에단 호크가 중재를 한다. 이러지 말고 같이 싸우잰다.

다음 장면, 죄수와 경찰 1인 1조씩 사이좋게 창가에 서서 경계를 한다. 나 안보는 사이에 어디가서 술이라도 한잔씩 하면서 풀고 왔는지, 너무 친해 보인다.

그렇게 목숨도 나눌 듯 하다가 또 곧바로 배신 때린다. 근데 지들은, “그럴줄 알았어..” “예상했던 일이지..” 이러고 있다. 뭔가 속고있는 기분이다.

액션씬도 새로운게 전혀 없다. 그냥 쉬리 정도라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다. (볼게 전혀 없다는 말이다.) 좁은 공간을 이용한 아기자기한 맛도 없고, 그렇다고 다 때려부시는 시원한 맛이 있는것도 아니고.

마지막은 더 싱겁다. 끝끝내 보시려는 분들을 위해 말하지는 않겠지만 예상했던 바에서 일각도 벗어나지 않는, 그냥 그런 엔딩이다.

좋은 소재를 들고, 좋은 배우들을 가지고 이렇게 만들어버리면 어쩌냐.

영화가 쉣인데야 천하의 에단 호크도 별수 없다



덧붙여 : 히로인이라고 해도 될지 모르겠지만, 간판 얼굴로 마리아 벨로우라는 여배우가 나온다.(코요테 어글리에서 그 술집 사장으로 나왔던.. 맞는지 모르겠다)
나 같은 놈이 여배우가 예쁘네 못생겼네 하는 건 우습지만, 엊그제 미세스 스미스 졸리의 쭉빵쇼를 보고 난 다음이라서 그런지 눈이 너무 높아져 버린 것 같다. 미안타. 거의 남자로 보이더라. 흠흠.

무엇이 졸리에게 안되는가? 사진을 자세히 보고 찾아보시라...

2005/08/30 13:20 2005/08/30 1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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