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공개경쟁임용시험.
노리는 시험도 아니요, 어차피 내년에 쇼부를 치게 될 테니, 가벼운 마음으로 그냥 시험지가 어떻게 생겼는지만 보고 오자... 라고 다짐을 했었는데(사실 머리에 든게 없어 그렇게 될 수 밖에 없었을 겁니다.)막상 하루하루 날짜가 다가오자 사람 마음이라는 게 그렇지 않더군요.
3분안에 건빵 한봉지를 다 먹을수도 있지 않을까? 라는 의문에 온몸바쳐 "그렇다"고 이야기하는 훈련병의 심정이었습니다. 급하고급하고급한 마음에 있는대로 조급증을 떨다가 끝내 시험 4~5일을 남겨놓고는 열병같은 몸살감기까지 앓았습니다. (어렸을때부터 저는 감기를 앓으면 온몸에 열이 끝간데를 모르고 올라가는 타입이지요. 안그래도 온몸에 불덩이같은 열을 품고사는 저에게 감기는 참, 귀찮고 힘들게 만드는 병입니다.) 편도선이 꽉 부어차서 미숫가루로 연명하며 3일을 내리 땀이 철벅대는 침대에서 잠만 잤습니다. 짜증나더군요.
역시나 예상했던 대로 급조한 지식들은 시험장에서 시커먼 어둠으로 돌변했고 다시한번, 공부는 평소에 열심히 해야 한다는 불변의 진리를 체득했습니다. 하지만 내년에 대비할 마음가짐을 얻을 좋은 경험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뽐뿌질 확실히 받았습니다.
시험이 끝나고
당치도 않지만 잠시 쉬었습니다.
보고싶었던 영화들을 싹 몰아서 봤고 듣고 싶었던 음악도 하루종일 들었습니다. 소파를 컴퓨터 앞에 갖다놓고(어머니는 경악하셨습니다) 편안히 늘어져 오른손 검지만 움직였습니다. 그러다가 입고 있던 옷 그대로 모자만 눌러쓰고 혼자 극장에 가서 영화를 봤습니다. 뭘 그렇게 싹 몰아서 봤냐구요? 써 올리겠습니다.
날씨가 괜찮았으면 한번쯤 나들이를 계획했을텐데 황사가 매일같이 불어대니 밖에 나가는 일도 내키지가 않더군요. 작년에도 이렇게 황사가 길었었나요?
미뤄뒀던 크림소스 스파게티 만들어 먹기도 도전해서 나름대로 성공(...)했습니다. 밀가루와 버터 볶은것('루'라고 한다지요?)을 푸는 데서 생각한것처럼 잘 안되서 좀 움찔했고 마늘 저미다가 손가락 앏게 썰어낸 것 말고는 순조로왔습니다. 노바리님 레시피 감사합니다. 호호호
과연, 우리 어머니께선 저의 크림소스 스파게티를 어떻게 평가하셨을까요?
"느끼해 죽겠다. 이게 무슨... 삽겹살 썰어넣은 우유국수냐?"
어머니는 항상 싹싹 다 긁어드신 후에 불평을 하십니다.
봄입니다.
예비군 훈련 통지서를 받고 소집장소로 나갔더니 무슨 아파트 공원이더군요.(향방작계 훈련이었습니다.) 택배회사 트럭에 싣고온 총을 예비군들에게 나누어 주더니(ㅋㅋㅋ) 난데없이 그걸 매고 동네를 한바퀴 돌더라구요. 지덜끼리는 그걸 향토방위지역순찰이라고 부르는 모양인데... 군기라고는 군복 주머니속에 들어있는 먼지만큼도 찾아볼수 없는 야비군들이 건들대며 어슬렁거리는 것도 순찰이라고 부를 수 있다면, 뭐 맞습니다. 동네 한바퀴 순찰하고 왔습니다. 봄이더군요.
오늘도 날씨가 괜찮길래 잠시 근처에 나가 햇볕을 좀 받고 들어왔습니다.
전 가을보다 봄을 더 많이 타나봐요. 가슴 깊은 곳에서 초고탄력 스프링이 막 튕겨 날아다니는 듯, 거기에 매달려 날아다니는 듯 기분이 종잡을 수 없이 펄럭거리고 휘릭거리는 것이
어떻게 표현할까요.
표현 안됩니다.
봄을 맞는 저도 봄이어야 할텐데.
함께했던 사람에게.
마음의 어떤 부분이 어떻게 움직였는지 설명하는건, 아마 세상의 모든 연애편지 라이터들이 고민하는 주제겠습니다만. 아마 누구도 속시원하게 성공하지는 못했을 겁니다.
당신이 보일때가 있습니다. 당신이 어디에선가 나를 보듯 나도 문득문득 당신을 봅니다.
뭐라고 이름붙일지 몰라도, 난 그냥 기억하겠습니다.
어디서 들은 말인지 기억은 잘 나지 않지만 당신도 기억 속에서 나를 아껴 주세요.
댓글을 달아 주세요
오랫만에 블로깅 하시는군요.
2006/04/27 16:43기다렸다니깐요. ^_^
감솨함다^^ 슬슬 거미줄좀 걷어내야지요. 호호
2006/04/27 20:41오랫만이에요~~~
2006/04/30 02:25저도 향방작계 갔다왔습니다..진짜 동네 순찰은 왜 시키는지...쩝....
아이고 쿠우님 얼마만입니까^^
2006/05/04 22:56동네 순찰 나름대로 재미있지 않았나요?ㅋㅋ 오랜만에 전투화 신고 걸었더니 뒤꿈치가 까졌더라구요. 이걸 어떻게 매일같이 신고 뛰어다녔었는지 참 미스테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