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의없다's Blog
새벽 4시의 기적

태풍, 속지마시라

분류없음 2005/12/22 01:35 by 거의없다
2005년 하반기, 최고의 기대작이자 화제작이며 150억원을 때려부은 초거대작, 태풍.
한국 영화의 자존심과 밥그릇을 걸고 전세계 영화시장을 죄다 집어삼키고 있는 피터잭슨의 킹콩과 맞짱을 선언한, 최초의 본격 한국형 해양액숑 블록바스따 무비, 태풍.
한국영화의 간판 마빡인 동건이 헝아와 간판 몸빨 정재 옵빠의 투톱,거기에 20년가까이 순수청초가련우아세련 이미지 고수에 성공하고있는 미연이 언니까지. 기본 케스팅 만으로도 절반은 먹고 들어가는데다가 '친구' '똥개' '챔피언' 등등 약간 이상하고 허전해도 뭔가 한방씩은 해줬던 곽경택 감독이 작정하고 팔 걷어부쳐 시나리오까지 써가며 만든 한국영화의 2005년 마지막 필살기 한방, 태풍.
'태극기 휘날리며' 이후 시원한 거 한방 터지기를 고대하고 기다리며 간질간질한 입과 관객수 카운트할 손가락만 벅벅 긁어대던 각종 찌라시들의 일치단결 빨아대기 오랄스킬과 기쁘다구주오셨네 찬양세례을 한몸에 받으며 개봉한, 한국영화의 구세주, 태풍.

과연 태풍은, 열화전차화통과 같은 관객들의 기대에 짜릿한 오르가자미로 보답하며, 일치단결 애무행각을 벌이고 있는 찌라시들을 향해 기운차게 일어섬(!)과 동시에, 평단의 호평마저 한큐에 몰아치며 한국영화를 구원할 것인가? 내친김에 영화상도 휩쓸고 수출도 하고?
그렇게 너무너무 훌륭한 영화가 탄생하고 말았단 말인가?

본 우원, 자신있게 말한다. 아뇨.

그렇담 뭐 너무 많은 기대는 말고, 때돈을 들인 해양액숑 블록바스따답게도, 존나게 재미있고 빠른 스또리전개와 박진감넘치는 액숑, 무지막지한 스케일로 몰아부침과 동시에 중간중간 미연언니와 동건옵빠의 애절한 사연으로 눈물까지 짜내는 따블포지션의 소화에 성공하고 있단 말인가?

본 우원, 역시 자신있게 말한다. 아뇨.

그렇담 뭐 눈물이나 감동까지는 아니더라도, ‘히트’처럼 카리스마가 폭발하는 두 남자의 처절한 싸움을 그린 멋진 액숑무비라도 된단 말인가? 두 옵빠들이 서로 꼬라보는 눈빛이 예사롭지 않던데. 곽경택이도 남자 이야기 만드는데는 뭔가 있잖아?

본 우원, 다시한번 힘주어 말한다. 아.뇨.

씨바 그럼 뭐란 말인가?

본 우원, 가슴이 아프지만 한숨을 쉬며 말한다.


태풍, 니미 뽕이랍니다.


자랑은 아니지만 나는 말초적이고 원초적인 자극에 졸라 약해서, 쌈마이 영화에도 아주 환장하고 환호한다.
‘친구’에서 동건이형이 연장질하는, 넣고비틀어돌린후들어올리는 모습과 뱃가죽 오려지는 사운드에 졸라 만족감 느꼈고 ‘똥개’에서 둘이 빤스만 입고 개싸움하는 모습에도(의미는 전혀 다르지만)휘바람을 불었다.
그리하야 본 우원, 평소에도 별로 생각이 많은편은 아니지만 ‘태풍’의 관람에 있어, 어떤 다른 부분에 대한 기대는 일체 접고 임했음을 미리 알려둔다. 그저 난 딱, 영화가 보여주겠다고 호언장담하던 “해양액숑 블록빠스따”만 원했고, 받아들일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었다.
또 본 우원 잘생긴 서서쏴 보는 것도 은근히 좋아한다. 거울보는거 같잖아 꼭.. 헉(미친놈 욕을 먹고싶어서 지루박을 추는구나 아주) 그리고 미연언니는 내 이상형이다.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잖아요.”부터 지금까지.
자, 이정도면 처음부터 삐딱한 자세였을 이유가 없다는 것이 설명되었는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본 우원, 다시한번 말한다. 태풍, 니미 뽕이다. 전국 개봉관 수의 3분의 1인가를 차지하고 있다는데.. 바람앞에 휘날려 떨어지는 가랑잎같이 위태로운 여러 관객 제위들의 입장료 사수를 위해 본 우원 한마디 더 한다. 보지 마라.

왜.

태풍은 절대,네버,결단코,죽어도 "해양액숑 블록바스따 무비"가 아니다.
남이 하는것만큼 해서 남을 이길수 없다는 것을 몸소 증명이라도 하듯, 우리의 곽감독 완전 새삥오라이스런 신장르를 창조하고 말아떤 것이다. 그렇다면 그것은 무엇인가.

판타지 신파. 두두둥.

왜 신파인가. 태풍의 기본 줄거리 보자.
"여차저차 해서 남북한 양쪽 모두한테서 버림받은 후 졸라 삐뚤어져 버린 씬(장동건)이 한반도에 대고 엄청난 테러를 감행하고, 그걸 강세종(이정재)이가 막을라고 또 졸라 싸운다." 요건데..
영화 중반까지 질질 끌어대면서 보여주는게 뭐냐면, 매~앤 앞에 여차저차.
요기서 약 4~50분동안 신파극을 한편 끼워넣어 주신다.
미연언니 너무너무 슬픈 얼굴로 비극의 가족사를 이야기해주신다. 나레이션 깔리고, 부담 200%얹어주시는 비장무쌍한 음악도 깔려주시고. 근데 조또 안 슬프다. 왜? 골백번 뇌천번 보고들어온 얘기잖아.
나쁜 공산당이 따발총 드르륵 긁으면, 죄없고 불쌍한 사람들 퍽퍽 죽어나가고 애들만 살아남아 도망가는데, 배고파서 뭐 훔쳐먹다가 누나는 몹쓸짓 당하고, 동생은 누나가 온몸에 "나 강간당했어"라고 쓰고 와서 빵을 내미는데 "누나 근데 이거 어떻게 갖구왔어"하면서 꾸역꾸역 처먹고. 씨바 블록버스터 보면서 이런거 또 봐야겠어?
여기서 생각나는 영화 하나. 흑수선.
그 유치한 대사,그 조악한 음악,그 진부가 파도치는 낯간지러움 그대로 2005년 막판에 환생하셨다고 보면 딱 정확하다. 한치의 어긋남 없다.
후반으로 갈수록 신파는 변형을 거듭하며 그 정도가 점점더 심해진다. 씨바 바퀴벌레같애.

장동건을 따를 아무 이유가 없는 해적들이 줄줄이 그를 따라서 죽으러 배를 탄다. 오지 말라니까 몰래. 왜?
우리 몰래 지들끼리 이미 피와살을 나눈 사이였던 거다 씨바. 몰라뵈서 죄송하다. 근데 말 안해주는 걸 무슨 재주로 아냐.
그뿐이랴. 비공식 작전에 따라나서는 이정재의 동기들을 보라. 사관학교 동기라는 이유로 죽을 것이 확실한, 그것도 비공식 작전에 우루루 몰려든다. 여기서 대사 죽음이다. 나 기절했잖아.

동기들 : 근데 왜 우리더러 같이 가자고 하는거야?

이정재 : 내 동기중에 장가 안간 녀석들은 니들 뿐이잖아.

동기들 : 뭐야? 하하하.

씨바.... 이 파도치는 80년대필을 보라. 내 순간 시대배경이 챔피언으로 돌아간줄 알았다.
마지막에 어머니에게 보내드리는 정재옵빠의 유서가 나레이션으로 깔리는 장면에 다다르면 아아.. 이거 애국심과 노블리스 오블리제 정신에 신나를 끼얹고 불을 지르는 국방부 홍보영상 되겠다.


그뿐이랴. 우리의 곽감독 거기서 멈추지 않는다.
경쟁작인 해리포터와 곧 개봉할 나니아 연대기를 라이벌로 의식하신 듯, 판타지스러운 상황설정으로 관객들을 경악의 도가니에 빠뜨린다.
도대체 왜 다른 사람들에게는 총알을 수십발씩 박던 북한군들이 혼자 애들 둘 데리고 도망가는 아주머니한테는 딱 한발만 쏘는건지.(AK소총을 들고!!) 그리고 걔들이 총맞은 어머니 잡고 엉엉 울다가, 누나가 정신 차리고, 우는 동생 떼어내서 같이 아장아장 도망갈 약 30초 동안 도대체 뭘 한건지.
장동건은 왜 하고많은 방법을 다 놔두고 태풍에 풍선을 실어보내서, 그 태풍이 한반도까지 가기를 기다렸다가 풍선을 터트려서, 그 안에 있는 핵페기물을 쏟아붓는다는 식의 어렵디 어려운 방법을 택하는 건지. 한번도 맞은적 없는 일기예보가 틀리면 어쩌시려고.
좁은 선실에서 불이 꺼지며 서로 총을 난사하던 두사람이 대체 어떻게 다음 장면에선 아무렇지도 않게 밖으로 나와 있는건지.
헬기도 접근 못한 태풍의 한가운데서 나중에 날아온 쌍발기(확실치 않다)가 도대체 어떤 방법으로 군바리들을 구조한 건지.
제일 궁금한건, 둘이 왜 서로 그렇게 연민하고 맘이 통하는건지. 어떻게 "다음 세상에선...." 이런 닭살대사가 가능한건지.
대통령으로 등장하신 강신성일 어르신은 과연 생각이 있으신건지.

아아. 씨바 머리아프다. 쓰다보니 너무 길어졌지만 답은 간단하다.
이따위 영화, 돈주고 볼 이유 없다. 지덜끼리 150억을 썼던 말건.
제작비를 어디에 썼는지 참 궁금하게도 어마어마하게 많은 알바들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별 다섯 개!!"
"남성미가 넘치는 영화!!"
"액숑은 볼만하더라!!"
등등의 찌라시를 뿌리는거, 이해는 한다. 걔들도 먹고 살아야니까.
하지만 거기에 절대 흔들리지 마시고 가벼운 마음으로 쌩까 주시라.
우리도 살아야 할거 아니냐. 씨바....

덧붙여 : 음악... 아주 죽여줌이다. 주인공이 뭘 할지, 다음 장면에서 눈물을 짜댈지 조또 장엄하고 심하게 멋진 대사를 읊을지 음악이 약 5초전에 미리 다 알려주고 강요한다. "감동해!!" "너도 울어!!" "씨바 존나 멋있잖아, 그찮아!!"
감독한테는 사기당한 기분이지만 음악한테는 강간 당하는 느낌이다. ㅅ ㅂ ㄹ ㅁ ....
2005/12/22 01:35 2005/12/22 01:35

TRACKBACK :: http://sinerg.ddanzimovie.com/trackback/53

1  ... 111 112 113 114 115 116 117 118 119  ... 153 
전체 (153)
인생의 절반은 노가리다 (56)
삐딱하게 영화 보기 (37)
내 머릿속에 워드장치 (15)
삐딱하게 매체 보기 (22)
음악과 함께 살아가기 (6)
비공개 (2)
헤드폰 이야기 (4)
비스듬하게 책 읽기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