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책상서랍을 정리하다가 이녀석을 찾아냈습니다.

국산 브랜드인 크레신이 만들어서 아이리버의 번들로 제공했었습니다. 아이리버의 거의 국내mp3 시장을 장악하다시피 하며 한참 잘 나가던 때인지라 이놈도 따라서 정말 많이 풀렸죠. 뒤져 보세요. 하나쯤 있을겁니다.^^
잘 보면 주변에서 이어폰 끼고있는 사람들중 열에 둘,셋은 이놈을 끼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아아주 저렴한 가격대임에도 불구하고 우습게 볼 수 없을 정도로 정말 잘 만들어진 이어폰입니다. 처음 이 녀석으로 음악을 들었을때 박력있는 저음에 우와, 하면서 놀랐던 기억이 나네요. 처음 사용하던 이 녀석을 발로 밟아 부숴먹고 나서 다시 하나 더 구입한 것이, 저의 첫 이어폰 구입이었습니다.(그 전엔 대충 그냥 있는 것, 아무거나 썼었죠.) 오랜만에 보니 생각이 나네요.
가격대비 성능을 생각한다면,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명품의 반열에 올라도 괜찮을 녀석입니다. 지금 다시 들어봐도 중/고음대가 좀 묻히는 감이 있고, 소리가 섬세하지 못하고 좀 먹먹하지만 전체적인 밸런스 또한 나쁘지 않구요. 아이리버가 그렇게 잘 나간데는 이녀석도 단단히 한 몫을 했을거라 생각합니다. 국내 mp3제조 회사들이 만장일치 이녀석을 번들로 선택한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죠. 풍부하지 못한 mp3의 소리와 아주 좋은 매칭이기 때문입니다.
만원 안팎의 저렴한 보급형 중에선 여전히 최고의 선택입니다. 이 녀석 덕분에 크레신이 지금처럼 클 수 있었다고 해도 큰 과언은 아닐 듯..
뒤이어 나온 도끼3역시 중/고음역대를 보완하고 전체적으로 깔끔하고 해상도 높은 소리를 들려줘서 호평을 받았습니다. 크레신이 저렴한 보급형 이어폰 시장에서 거의 독보적인 위치에 오른 것은, 싸다고 대충 만들지 않고 기본에 충실한 제품들을 만들어 냈기 때문이죠.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처음 접하게 되는 저가격대의 헤드폰들(처음부터 30~50만원대 레퍼런스를 지를만큼 간이 큰 분은 별로 없겠죠)중에서는 요 도끼만큼의 기본도 없는 녀석들이 의외로 많습니다.
이녀석들의 특징을 보자면, 하나같이 착용이나 휴대가 매우 편리하게 만들어져 있고, 모양도 꽤나 이쁘면서 가격대는 비교적 저렴한 3~5만원대라는 것입니다. 하나쯤 부담없이 사서 목에 걸기에 딱 좋죠.
하지만 소리를 들어보면 그야말로 싼게 비지떡이라는 말이 딱 맞습니다. 특정 음역대가 과도하게 강조되서 왜곡된 소리가 나오고, 해상도도 좋지 않죠.
그 중에서도 가장 이쁘게 생겨서 사람을 존나 유혹하는 건 뭐니뭐니해도 이녀석입니다.

sony의 v300
'헤드폰'하면 딱 떠오르는 디자인이죠. 투박한 검은색인 v250에 비해 하우징이 은색이라 고급스럽고 세련되 보입니다.(큼지막하게 박힌 S O N Y 네글자의 포스도...) 얼마전에도 어떤 여성이 비니모자를 쓰고 이놈으로 음악을 듣고 있는걸 봤는데 , 음... 이쁘더군요(물론 그 분의 미모가 평균 이상이었다는 점도.. 감안해야겠죠) 다른건 몰라도 소니 디자인의 뽀대 하나만큼은 인정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드는 녀석입니다. 이렇게 이쁜 녀석이 소리도 들을 만 했다면 오죽 좋았겠습니까만..
좀 심하게 말하면 이녀석은 저음 빼곤 아무것도 안 남습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둥둥퍽퍽 주리줄창 저음만 들리죠.
저음이 강조되면 음이 웅장하고(홈시어터에 우퍼가 중요한 이유입니다) 다이나믹하게 들리는 장점이 있습니다만, 너무 강조되다 보면 중/고음역대의 음들이 저음에 묻혀버리고 결과적으로 음원 자체가 왜곡되어 들리는 부작용이 있죠. 이 녀석의 경우가 딱 그렇습니다. 해상력도 별로여서 섬세한 음악감상에는 절대 어울리는 녀석이 아닙니다.
입문용 헤드폰치고 싼 가격도 아닌데(4만원대입니다.) 이렇게 편향적인 음색이라는 것은 좀 문제가 있죠.
예쁜 디자인때문에 많은 분들이 이용하긴 하지만 그만큼 욕도 많이 먹는 녀석입니다.
음장을 조절해서 저음을 다 죽여버리면 그냥저냥 들을만 하긴 하지만, 누가 그렇게까지 하겠습니까.
개인적으로 디자인에 반해서 죽어도 사야겠다는 분이나 365일 오로지 힙합만을 듣는 분이라면 모를까(사실 힙합을듣기에도 별로 권하고 싶지는 않습니다만) 말고는 권하고 싶지 않습니다. 둥둥거리는 저음때문에 오래 듣고있으면 머리가 아퍼요.
요즘엔 하도많이 걸고 다녀서(심지어는 초등학생까지) 디자인의 메리트도 별로..
sony가 요 디자인으로 짭잘하게 재미를 보자 이름도 비슷해 마지않은 panasonic는 잽싸게 요걸 또 카피한 디자인을 하나 내놓습니다. 진정한 문제아는 바로 이녀석이죠. (왜 이렇게 지들 이미지를 짝퉁시럽게 만드는 건지, 이해가 안갑니다. 뭐 잘난 놈이라고 카피까지...)

rp-dj100. v300보다 만원가량 저렴한 카피모델입니다
저도 v300을 사러 간 길에, 같은 디자인에 가격은 1만원가량 낮은 이녀석에게 혹해서 구입했었지요.
정말 놀.라.운 녀석입니다. 돈3만원을 가까이 들여서 이어폰보다도 못한 소리를 듣고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해 주죠.
귀싸대기 한방 제대로 맞으면 왜 귀에서 웅- 소리 나지요? 그 귀로 곧바로 음악을 듣는 느낌. 진정한 답답함을 선사합니다. 해상력, 밸런스 등등 모든면에서 절.대 권하고 싶지 않습니다. 귀가 예민한 사람이 아니라도 들어보면 금세 알 수 있습니다. 돈버렸다는 것을요.
김창완씨와 함께 나왔던 TV드라마에서 최강희양이 요걸 걸고다녔던게 생각나서, 보너스 컷 하나 붙입니다.
이 사진을 보니, 아무리 형편없는 녀석이라도 그녀가 걸면 존나 이쁘군요..헤드폰이 되고 싶어요...-_-;;
"올드보이"에서 나왔었죠. 저 철가방 기억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