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의없다's Blog
새벽 4시의 기적

맞물려 돌아가던 쳇바퀴의 발판이 하나 빠져버린 날.
기다렸다는 듯이 그 틈으로 빠져나왔지만 나는
BB탄 총으로 쏘아낸 플라스틱 알갱이처럼 얼마 가지 못해 추진력을 다 잃고 만다.
처음부터 나한텐 폭발할 화약이 없었다고 생각한다.
성급하게 조립해낸 플라스틱 피스톤으론 내가 달려있는 고무줄의 탄성彈性이 너무 강력하다.


기껏 올라온 곳은 또 의자와 탁자가 가득 들어찬, 입장료 5000원으로 커피 한 잔을 사는 Pascucci. 쓴 커피가 싫어 설탕같은 초콜릿을 주문해 봐야 컵은 바뀔리가 없다.


맨 윗층까지 올라가도 꽉꽉 들어찬 사람들이 엄청난 출력으로 Mental masturbation, 벗어날 수 없는 거미줄같은 케이블 TV는 연애인들의 가슴 비교에 열을 올린다.


아무도 없는 테라스에 나가 볼까. 하지만 춥고 외로울 것 같다.





어쩔 수 없이 나는 나를 안다. 방법만 다를 뿐 어쩌면 더 비겁하게 나도 여기 앉아서 딸딸이를 칠 거다.


창밖으로 날아간 눈길은 쉽사리 [Chapter 13 조동사]로 돌아오지 않고 나는 또 잠깐만.
괜찮을거란 생각이 마약처럼 의지계意志系 를 평정한다.



벽면 전체인 창문 밖으로 잘라놓은 두부들같은 63빌딩/쌍둥이 빌딩/일등고시학원/노량진역/성모병원/기타 등등이 귀여니의 시처럼 아무 의미도 없이 나열되고
역을 빠져나온 사람들은 배수관을 타고 흐르는 빗물처럼 육교를 타고 흘러내리고
흠뻑 젖은 스펀지처럼 들어찬 버스는 시커먼 연기를 뚝뚝 흘리며 제자리걸음한다.


하늘을 본다. 어휘가 다양하지 못한 내 눈에 하늘은 그저 파랗고 슬프다.
땅바닥에 머리를 박고 쉽고 편하게 쪼아대느라 나는 법을 영영 잊어먹은 비둘기들이 날지 못하는 하늘은
가까이 내려앉은 태양이 물 위에 떨어진 한방울 붉은 잉크처럼 붉은 빛을 뿌릴 때까지 그저 슬프다.



나는 갑자기 그대를 생각한다.
통장에 묶인 전파가 날아갈 수도 있고
정액처럼 끈끈한 전선도 닿겠지만 어쩌면
그대도 안경을 벗고 슬픈 하늘을 올려다 보고 있지 않을까.


당연한 사실이니 힙겹지 않게 믿고 얇아지는 고무줄은 놓지 않겠다.
언젠간 더 커다란 탄성으로 내가 그대에게 가리라 믿는다.
2006/02/23 00:19 2006/02/23 0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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